휴가만 시작되면 두통 피로... ‘휴가병’의 정체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대체휴일과 주말 사이 낀 이틀간의 샌드위치데이까지 활용하면 열흘 가까운 휴일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모처럼 찾아온 긴 연휴, 갑자기 몸이 아프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야 할 순간 몸조리만 하다 연휴가 끝나버린다. 이처럼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찾아오는 통증, 그 실체는 뭘까.
휴가가 시작될 때 몸이 아픈 현상을 칭하는 용어가 있다. 일명 ‘휴가병(leisure sickness)’이다. 네덜란드 틸부르대학교 연구팀이 네덜란드인 189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3%가 연휴가 되면 두통, 피로, 근육통, 구토 등의 독감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휴가병이 찾아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중한 업무량, 여행으로 인한 스트레스,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오는 무력감 등을 꼽았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이 같은 연구를 제외하곤 아직 휴가병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없다. 휴가병이라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휴가병의 원인은 여행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연휴가 길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휴가지역의 날씨나 토양 때문에 풍토병이 오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으로 복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행기처럼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체류하는 것도 통증의 원인일 수 있다. 비행기 안은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인데다 습도가 낮아 감기 바이러스를 비롯한 미생물이 침투하기 쉽다. 기압이 떨어지면서 두통이나 치통이 심해질 수도 있고, 속이 부글거리며 불편할 수도 있다. 같은 자세로 한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몸이 이곳저곳 쑤시고 저리거나 다리 혈관에 혈전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행 지역에서 현지 음식을 먹고 설사, 복통, 구토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휴양지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면 나태하고 무기력한 감각이 몸을 지배하면서 몸 상태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즉 휴일 자체가 몸을 아프게 한다는 휴일병의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통증의 원인은 휴일이 아닌 환경 및 심리적인 변화에 있다는 것이다.
휴일병의 실체는 이처럼 불분명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동 지역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하고,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위생에 신경 쓰며 무리한 활동을 피하는 예방책을 준수하면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 고통 받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