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한파에 한랭질환 3배 폭증... 10명 사망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지난 한 주간 한랭질환자가 평소보다 3배 정도 늘어나 사망자와 동상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파와 폭설로 얼어붙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골절을 입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겨울철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530개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한랭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 지난 12월 1일부터 이 달 24일까지 한랭질환자는 모두 309명이었고, 이 중 1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70%는 60대 이상 남성이었고, 대부분 집 근처에서 사망했다.
신고된 사망자와 한랭질환자는 최근 한 주간 집중됐다. 사망자는 10명으로 평소보다 4.5배, 한랭질환자는 127명으로 3.2배 증가했다. 저체온증이 67건으로 2.2배, 동상이 56건으로 6.7배 늘었다.
연말연시에 모임을 찾았다 과음 후 저체온증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임상적으로 저체온증은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러면 몸이 떨면서 체온을 올리는데, 섭씨 32도 이하로 내려가면 떨림마저 사라진다. 떨지 않는 저체온증 환자는 중증으로 위험한 상태다.
저체온증 환자를 발견하면 119에 도움을 청한 뒤 추운 환경에서 환자를 격리시켜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젖은 옷은 마른 옷으로 갈아입히고, 담요를 덮어 체온을 올려야 한다. 의식이 없으면 환자의 입으로 아무 것도 주지 않아야 한다. 반응이 없으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동상은 저온에 장시간 노출돼 연조직이 얼면서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손, 발, 코, 귀와 같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외부로 노출되기 쉬운 신체의 끝부분에 발생한다. 화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가렵고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수포가 생기기도 하고 심하면 근육이나 뼈까지 침범하기도 한다.
동상 환자를 발견하면 동상 부위를 압박하는 옷과 양말, 구두 등을 벗긴 뒤 안정시킨다. 동상 부위는 섭씨 40~42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녹여야 한다. 열에 직접 가까이 대서 데우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동상 부위를 눈이나 얼음 또는 손으로 문질러 마찰열을 이용해 해동하는 것은 역효과다. 조직 손상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해동하는 동안에는 통증이 심할 수 있으니 소염진통제를 복용시키는 것이 좋다. 동상을 예방하려면 귀마개, 마스크, 장갑 등 방한 용품을 착용하고, 등산 등 장거리 보행 중에는 땀에 젖은 양말이나 신발을 반드시 갈아 신어야 한다.
추운 날씨에 몸이 움츠러들면 빙판길에 미끄러지기도 쉽다.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으면 골반, 대퇴골, 척추뼈 등이 골절될 수 있고, 팔로 땅을 짚다 손목골절을 입기도 한다. 빙판길에 나서게 되면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장갑을 낀다. 바닥이 넓고 덜 미끄러운 신발도 도움이 된다. 넘어질 때는 가급적 손으로 짚지 않고 구르듯이 넘어져야 외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골절이 의심되면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옮겨져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응급처치를 통해 손상 부위를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부목을 받쳐 손상부위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통증도 완화되고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외부 상처는 깨끗한 거즈나 옷으로 덮어 준다. 주위에 얼음이 있으면 비닐봉지에 담고 수건 등으로 싼 뒤 상처부위에 올려주면 좋다. 다친 팔다리를 들어 올려 통증이 심해지지 않으면 그 상태를 유지해야 붓기를 줄일 수 있다.
스키와 보드 등 겨울철 레포츠 인구가 늘면서 골절, 열상, 뇌진탕 등 다양한 외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세다.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정웅 교수는 “스키장에서는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 근육과 관절을 이완시킨 상태에서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찾아 운동을 즐겨야 한다”며 “가급적 헬멧을 쓰고 손목, 무릎, 엉덩이에 보호대를 착요해야 한다. 장비에 대한 사전 안전 점검은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