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겪은 사람일수록 타인에 연민, 동정

역경 겪은 사람일수록 타인에 연민, 동정

 

큰 사건·사고를 경험했다거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등 개인사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충격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돼 트라우마가 생긴다. 이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생에서 큰 고비를 겪어본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연민이나 동정심을 잘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컴퓨터가 아닌 인력을 동원해 일을 처리하는 서비스업체 ‘아마존 메케니컬 터크(Amazon's Mechanical Turk)’의 도움을 받아 실험참가자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의 연령은 22~74세까지로, 여성이 60%, 남성이 40%를 차지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부상, 자연재해, 사별, 관계파탄 등 인생에서 역경을 헤쳐 나갔던 경험과 타인에게 느끼는 동정심과 연민의 정도에 대해 답했다. 그리고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도 답했다.

그 결과, 인생에서 역경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컸고, 자선단체에 기부하고자하는 의지 역시 강했다.

연구팀은 역경과 연민 사이의 상관성이 실천력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도 진행했다. 51명의 실험참가자들에게 실제 실험의 의도를 숨긴 채 감성인지테스트를 진행한다고 거짓 의도를 전달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또 다른 실험참가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후자에 해당하는 실험참가자들은 사실상 연구팀이 고용한 배우들이다. 이 배우들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는 상황에 맞춰 연기를 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율적으로 이들의 작업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결과, 곤경에 처한 인생경험이 많았다고 답했던 실험참가자들일수록 배우들의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행동을 보였다. 감정적으로만 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실천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단 사람마다 경험하는 역경의 종류가 다르고, 역경을 극복하는 방식 역시 다른 만큼 어려운 일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 무조건 자비롭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역경이 타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친사회성을 형성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역경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잘 돕는 이유는 뭘까. 우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대와 연민의 감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 일종의 ‘전향적 대처반응’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도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면 향후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준비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감정저널(Journal Emotion)’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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