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두 가지 당뇨약으로 시장 쌍끌이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종근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자체 신약인 ‘듀비에(로베글리타존 성분)’에 이어 다국적 제약사인 MSD의 블록버스터 약물인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성분)’ 시리즈를 도입해 쌍끌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MSD와 손잡고, 이달부터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와 자누비아 복합제인 ‘자누메트(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자누메트의 서방형 제제인 ‘자누메트XR'을 공동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300억원대의 매출을 합작한 자누비아 시리즈는 DPP-4 억제제가 장악하고 있는 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리딩 품목이다. 다양한 용량의 제품군과 모든 계열의 약물과 병용할 수 있는 제품력을 갖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DPP-4 억제제는 7천억원대로 추산되는 전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만큼 초강세다.
DPP-4 억제제는 인슐린 분비 조절 호르몬인 인크레틴을 분해시키는 DPP-4라는 효소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치료제다. 혈당 수치가 증가했을 때만 작용해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인슐린 분비 촉진제보다 저혈당의 위험이 적다. 이 때문에 간에서 포도당 합성을 억제하는 전통적 치료제인 메트포르민과 병용해 많이 쓰이고 있다.
자누비아 시리즈의 판권 이동은 연초 종근당의 시가총액 급등에 영향을 줄 만큼 호재였고,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고 종근당이 완전히 맘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자누비아 판권 재계약에 실패한 대웅제약이 국산 당뇨병 신약인 ‘제미글로(제미글립틴)’의 판권 계약을 추진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이 자체 개발한 제미글로와 제미글로 복합제인 ‘제미매트’는 지난 2014년 145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55억원으로 껑충 뛰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DPP-4 억제제 계열 치료제의 거센 도전도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DPP-4 억제제 계열 성분은 7종으로, 국내외 38개사가 165개 품목을 허가받았다. 자누비아와 제미글로를 비롯해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리나글립틴) ▲한독의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 ▲JW중외제약의 가드렛(아나글립틴) ▲노바티스의 가브스(빌다글립틴) ▲동아ST의 슈가논(에보글립틴)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달 들어 DPP-4 억제제에 대한 시판 후 조사에서 중증 관절통이 부작용으로 미국 FDA에 보고돼 보건당국이 허가사항 변경을 위한 의견조회에 들어간 것도 부담이다.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SGLT-2(포도당-나트륨 공동수송체) 억제제의 도전도 계속될 전망이다. SGLT-2 억제제는 혈압관리는 물론 체중증가와 저혈당 등의 부작용에도 이점이 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가 공동개발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 오는 5월 급여 적용을 앞두고 있고, 심부전 감소에 대한 적응증 확대도 추진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도 지난해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와 3제 병용 요법으로 적응증을 추가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종근당은 자누비아 시리즈의 기존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자체 신약인 듀비에를 더해 판매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듀비에는 국내 최초의 TZD(글리타존) 계열 당뇨병치료제다. 출시 2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종근당의 효자약이기도 하다. TZD 계열 약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강제로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기 때문에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혈당 강하효과가 가장 강력하고, 저혈당의 위험이 적다는 것이 강점이다.
GSK가 내놓은 TZD 계열 대표적 치료제인 ‘아반디아(로지글리타존)’에 대한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돼 TZD 계열 약물이 한때 사용을 제제당하긴 했지만, 지난 2014년에 임상자료를 재분석한 미국 FDA가 이를 뒤집는 결과를 내놔 안전성 논란도 종식됐다. 종근당 관계자는 “자누비아 자체가 대형 품목이기에 우리의 마케팅 영업 강점을 이용할 것”이라며 “듀비에와 함께 판매 전략을 세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