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들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각축
유럽 시장에서 국내사 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가시화됐다.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에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가 지난 17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브렌시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베네팔리는 암젠이 개발한 ‘엔브렐(에타너셉트 성분)’의 바이오시밀러다. 지난 2014년 오리지널인 엔브렐의 글로벌 판매량은 10조원, 유럽 시장 규모는 3조원에 이른다.
베네팔리는 지난 해 11월 유럽의약국(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긍정적인 의견을 받았다. 이번에 판매 허가가 최종 승인돼 순차적으로 EU 회원국 28개국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공동체(EEA) 국가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은 "베네팔리의 유럽 허가를 시작으로 올해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로 한 단계 도약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팔리의 유럽 진출로 인플렉트라와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인플렉트라는 국내사인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 제품명이다. 얀센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를 복제한 램시마는 지난 2013년 6월에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얻어 먼저 출시됐다.
인플렉트라와 성분만 다를 뿐 베네팔리 역시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여서 유럽에서 시장이 겹친다. 오리지널인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글로벌 시장 규모 또한 엇비슷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플렉트라와 같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렌플렉시스’도 개발해 지난 해 12월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베네팔리와 렌플렉시스로 동시에 유럽을 공략하면 인플렉트라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뿐 아니라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 또한 불가피하다. 지난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다음 달 9일 열릴 자문위원회에서 렘시마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렘시마의 미국 진출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셀트리온 주가가 강세를 띠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올해 상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 셀트리온과 바이오시밀러 대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화학합성의약품보다 효과와 안전성에서 우월하고, 오리지널과 효능 안정성은 같지만 30% 이상 싼 것이 강점이다. 이러한 바이오시밀러의 본격적인 공세에 오리지널들이 약가 인하로 대응할 것이란 관측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오리지널을 확보한 글로벌제약사들은 적응증을 넓히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사간 출혈경쟁보다 품을 더 들이더라도 개량신약인 ‘바이오베터’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