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의원 피해자들, 의료분쟁 조정신청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에 집단감염된 피해자들이 오늘(11일) 오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해 12월 4일 보건당국이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발병과 관련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38일만이다.
현재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된 다나의원 C형간염 감염자 수는 총 96명이다. 이 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서를 낸 다나의원 피해자는 3명이다. 보건당국은 이들이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과 링거에 놓은 사이드주사에 의한 혈류감염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의 피해구제 활동을 돕고 있는 환자단체연합회는 “집단 의료사고를 당하면 피해 환자나 가족들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하고 안전한 치료와 피해구제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며 “피해자들의 소극적 대응이 대부분 잘못된 정보와 소문 때문”이라고 전했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들은 소송이나 조정은 입증이 힘들어 승소하기 힘들고, 승소해도 다나의원에서 배상할 재산이 없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몇 백만 원을 받고 다나의원과 이미 합의한 피해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의료분쟁조정원을 방문해 조정신청 가능여부를 상담했지만, 손해배상액 산정이 어려워 좀 더 기다려보라는 안내를 조정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으로 잘못 이해하고 조정신청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한 K씨(35세)는 “C형간염 감염이 확실시 됐으나 정부로부터는 치료절차나 피해보상과 관련해 그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며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해 환자단체연합회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어 너무 답답하다“며 ”정부에서 환자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치료제인 하보니를 최대한 빨리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줘여 한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다나의원 C형간염 감염자 96명 가운데 49명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유전자 ‘1a형’ 환자들이다. 유전자 1a형에 특화된 치료제인 하보니는 최근 국내에서 허가를 받아 건강보험 적용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12주 치료에 약값만 46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피해구제책이 확실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C형간염이 법률에 규정된 국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비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다나의원측은 사실상 수십억원에 이를 치료비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번에 조정신청을 낸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의료분쟁조정법상 ‘손해배상 대불제도’의 힘을 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손해배상 대불제도란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지급할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피해자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상대로 대불신청을 해 피해보상액을 지원받는 것이다. 하지만 대불금액에는 정신적 피해, 기회비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신청서 제출을 미뤄왔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현재 제일 우선돼야 할 것은 다나의원 C형간염 감염피해자들의 신속한 치료”라며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제약사를 상대로 조정절차의 빠른 진행을 계속해 촉구하고, 하보니의 신속한 급여화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라며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