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같은 노래 귀에 맴맴... ‘귀벌레’ 왜 생길까
아침에 무심코 흥얼거린 노랫가락이 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 때가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멜로디도 아닌데 하루 종일 떠오를 때도 있다. 이처럼 동일한 노랫가락이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현상을 ‘귀벌레(earwarm)’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도대체 왜 일어나며 어떻게 해야 좀 더 빨리 사라질까.
영국 셰필드대학교 음악심리학과 빅토리아 윌리엄스 박사는 미국 '야후 헬스'를 통해 “귀벌레는 뇌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며 “제법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대체로 즐거운 기분을 유도할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 귀벌레만 기억한다”며 “귀벌레 때문에 마음이 산만하고 혼란스러워질 때만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눈치 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귀벌레는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귀벌레 연구의 권위자로 불리는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마케팅학과 제임스 켈라리스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8%가 귀벌레를 경험하고 있고, 악기연주보단 노래가 맴도는 일이 많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오래 지속되며 음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히 더 이에 민감하다.
그렇다면 특정한 노랫가락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귀벌레 현상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여기엔 사실상 좋은 의도가 담겨있다. 중요한 미팅을 앞둔 상황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처럼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완화하는 건강한 방법으로 뇌가 귀벌레를 선택한 것이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려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려는 목적이다. 즉 뇌는 “침착해”라거나 “스트레스 받지마”와 같은 잔소리 대신, 귀벌레를 통해 머리를 식히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가 담겨있어도 귀벌레가 거슬리고 신경 쓰일 때도 있다. 이럴 때 노래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저항해봐야 소용없다. 그보단 아예 노래 전체를 의도적으로 흥얼거려보는 것이 특정 구절만 반복해 떠오르는 귀벌레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누군가와 뜻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낱말 맞추기 퍼즐을 하는 등 또 다른 언어활동을 시도하는 것 역시 귀벌레 현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