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에볼라 가난이 죄? 빈곤층서 확산
가난은 사람들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들의 몸과 생활환경에 신경 쓰는 부자들은 건강하지만 빈곤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 1만1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감염병 확산도 빈곤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보건부와 예일 전염병센터 공동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3532건의 에볼라 사례 분석을 통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과 계층이 에볼라 감염 확산의 통로 역할을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라이베리아의 수도인 몬로비아는 인구 밀도가 높고 위생 시설이 부족해 인구의 68%가 빈민가 지역에 살고 있다. 연구팀은 거주지 및 위생상태 등을 고려해 지역사회를 하위, 중위, 상위의 세 계층으로 분류해 이들 집단 간의 에볼라 발생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에볼라는 하위 계층에서 중,상위 계층으로 전파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위-중위 계층 사람들 간의 접촉이 빈번히 발생한 것에 주목했다. 빈곤 상태에 놓인 계층에서 에볼라 감염병이 처음 발생해 계층 간의 교류를 통해 에볼라가 급속히 전파됐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볼라는 2014년 10월을 기점으로 무시무시했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관련 당국 역시 ‘비상 대응’에서 ‘재발병 방지’ 차원으로 방침을 전환해 왔다. 서아프리카 3국 가운데 첫 에볼라 발병국가인 기니가 지난해 12월 29일을 기해 에볼라 사태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에볼라는 바이러스 잠복기가 42일로 긴 데다 감염 확산 추세가 멈췄다고 해도 완전히 퇴치됐다고 보긴 어렵다. 중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라이베리아의 경우 지난해 5월 사람 간의 에볼라 감염은 종식됐다고 발표했으나, 6주 후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에볼라 감염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재발방지 차원의 대비는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빈곤퇴치에 더 힘써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라이베리아 보건부와 예일 전염병센터 공동 연구팀은 “빈곤이 2014년 당시 에볼라 감염률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에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빈곤 지역은 강한 사회적 연결망을 갖고 있어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투’에 사회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열대감염질환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