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률 외국의 20배...시도 9명중 1명 사망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노인도 예외 없다. 해마다 국내 60세 이상 노인 1천명당 70명이 자살충동을 느끼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지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상대로 노인 자살문제를 국내 최초로 코호트(cohort)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코호트 분석이란 어떤 공통된 특성이나 속성, 경험을 공유한 집단을 대상으로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방법이다.
연구팀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를 기반으로 숙련된 간호사가 각 노인의 1개월 간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추적 관찰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한 달간 자살충동을 느낀 노인은 연간 1천명당 70.7명이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은 13.1명이나 됐다.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르렀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자살 성향이 생기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지만, 적절한 운동으로 이 위험을 1/3까지 낮출 수 있었다. 우울증이 있는 노인에서 자살 성향은 3배 이상, 혼자 살거나 알코올을 남용할 때 자살 시도의 위험은 6배 이상 치솟았다.
WHO 자료를 보면 국내 노인 자살률은 다른 나라보다 최대 20배나 높다. 가난과 질병 등에 시달리는 홀몸노인의 증가 등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웅 교수는 “홀몸노인, 빈곤노인의 증가와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가 노인 자살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노인에 대한 경제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에서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