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은 나쁜 남자? 안 믿어도 혹하는 이유
요즘도 B형 남자는 ‘나쁜 남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소개팅 자리에서 혈액형 얘기가 나오면 B형 남자들은 괜히 위축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혈액형과 성격을 빗댄 우스갯소리를 아직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혈액형과 성격을 가벼운 대화 소재로 얘기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A형은 성실하고 소심하며, B형은 기분파로 바람둥이가 많고, O형은 쾌활하고 사교적이며, AB형은 머리가 비상하나 어딘가 독특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류는 정설처럼 여겨져 당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혈액형과 성격은 정말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혈액형은 ABO나 Rh 뿐 아니라 MNSs, Lewis, Duffy 등 수백 가지가 넘지만, 유독 ABO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해 대화에 오르내린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성격의 40% 정도는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나머지는 자라온 환경과 교육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혈액형으로 인간의 특성을 분류하려는 시도는 1900년 초반 독일에서 시작됐다. 혈액형에 따른 인종의 우열이 존재한다는 등 터무니없는 내용이 많았다. 이런 흐름이 일본으로 건너가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시키게 됐고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해 ABO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나 관련성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혈액형에 의해 묘사되는 성격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일까? 고려대 안암병원 함병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의 일부분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일반적이고 막연한 내용을 자신에게만 해당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혈액형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미디어 등을 통해 반복해서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함병주 교수는 “복잡한 사회 속에서 고민하며 자아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신은 O형이니 밝고 리더십이 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고 쉽게 동화될 수 있다”고 했다.
‘혈액형 성격학’은 즐겁게 웃으며 재미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 맞선이나 소개팅에서 퇴짜 기준으로 활용되면 안 될 것이다. 또한 직업 선택을 혈액형과 깊이 연관해 판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혈액형을 기준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