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 두려운 대장용종... 연말연시 특히 조심
40대 직장인 진모씨는 최근 연말모임에서 만난 친한 친구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종합검진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은 친구가 용종을 3개나 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기 때문이다. 술이라면 빠지지 않고 같이 어울려온 사이라 남의 말 같지 않게 여긴 진씨는 연말에 예약해 둔 대장내시경이 생각나 덜컥 겁이 났다.
술 좀 마시는 애주가라면 은근히 두려워하는 검진 항목이 있다. 바로 대장내시경이다. 대장내시경을 초짜는 행여나 악성용종이 나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러한 걱정에 대장내시경을 받지 않고 차라리 모른 채 속편하게 술을 마시는 게 낫겠다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대장암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대장용종은 최근 5~6년 새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대장용종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08년 6만8천명에서 지난해 13만6천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남성이 전체의 60% 이상으로 여성보다 많다. 대장용종 환자 10명 중 6명 이상은 50~60대이며, 주로 40대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소화기질환 특화병원인 비에비스나무병원의 용종제거시술 통계 결과를 보면 최근 2년간(2013~2014) 대장용종을 제거한 1972명 중 남성은 1173명, 여성은 799명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니 30대 12%, 40대 20%, 50대 26%, 60대 25%, 70대 이상 17%로 역시 50~60대에 집중됐다.
대장용종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육류 섭취량 증가 등 서구화되고 있는 식생활을 비롯해 빠른 고령화, 대장질환에 대한 관심 증가로 대장내시경 검사 건수가 늘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용종의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40대 이후부터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장용종을 방치할 경우 10년 뒤 대장암이 될 확률은 8%, 20년 후에는 24%로 커진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홍성수 원장은 “용종의 크기가 클수록, 현미경적 조직 소견상 융모 형태의 세포가 많을수록, 세포의 분화가 나쁠수록 암으로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암 발생률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대장용종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생긴다. 유전적 요인은 어쩔 수 없지만, 환경적 요인은 통제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식생활부터 개선하라고 조언한다. 육류 섭취는 줄이되 신선한 채소 등을 통해 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케일 등 십자화과 식물과 카로틴이 많은 채소의 섭취가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기적인 운동을 통한 정상 체중 유지도 중요하다.
홍상수 원장은 “특히 송년회와 신년회 등 각종 모임이나 회식이 잦아지는 연말연시를 조심해야 한다”며 “대장건강이 걱정된다면 지방질이 많은 음식 섭취는 제한하고, 붉은 살코기를 많이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음식을 직접 조리할 때에는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보다는 삶거나 찌는 것이 좋고, 절주와 금연을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