꿇리기 싫어 피운 담배... 금연, 여성에 더 중요

꿇리기 싫어 피운 담배... 금연, 여성에 더 중요

 

지난해 결혼에 골인한 30대 직장 여성 A씨. 한때 흡연자였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금연에 성공했다. 적극적인 성격의 A씨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성들 사이에서는 꿀리기 싫어서, 동성들에게는 뭔가 독립성 있게 보이는 것 같아 담배를 피웠다”고 돌이켰다. 남편 B씨는 “여자라고 담배 피우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며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에는 딱히 흡연을 가로막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성보다 여성의 흡연이 건강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여성 흡연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성 흡연의 위험을 줄이고, 예방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성에게 특화된 금연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오유미 부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니코틴 보조제 반응이 적고, 금연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 금연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성보다 더 위험한 여성 흡연 = 우리나라의 성인 흡연율은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성 흡연율은 정체돼 있다.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지난 1998~2013년까지 성인 여성의 흡연율은 50~70대에서 감소세인 반면, 20~40대에서는 증가세를 띠고 있다. 가임기에 속하는 20~40대 여성의 흡연은 자궁외 임신의 가능성을 2배 이상 높이며, 간접흡연만으로도 태아가 호흡기질환이나 정신질환에 노출될 위험을 키운다.

실제 미국 로스웰 파크 암연구소가 여성 8만8천여명을 상대로 진행한 대규모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과거 담배를 피우다 끊은 경험이 있는 여성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보다 불임 위험은 14%, 조기폐경 위험은 26%나 더 높았다. 직접 담배를 피우지 않고 간접흡연에 노출돼도 이러한 위험은 커졌다.

여러 보고를 통해서도 여성의 흡연은 남성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0년간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운 여성과 남성 중 폐암에 걸릴 가능성은 여성이 3배나 높고, 남자 흡연자의 평균수명이 비흡연자보다 5.5년 짧은 데 비해 여성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7년이나 감소했다. 사망률 역시 흡연 남성이 비흡연자보다 1.7배 높은 반면, 흡연 여성은 비흡연자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대구보건대 간호학과 이유정 교수는 “여성 흡연은 건강상 이유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절대금연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임산부의 경우 금연 의지의 유무에 따라 상담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끊기 힘든 여성 흡연 대책 = 더욱이 여성은 남성보다 흡연양이 적어도 의존도는 더 높고, 금단증상도 심하게 나타나 금연하기 어려운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담배회사들이 여권신장과 페미니즘 등 남녀평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역이용해 암묵적으로 여성 흡연을 조장하는 사회적 인식을 만드는 마케팅 전략을 펴온 것도 한몫했다.

해외에서는 여성 흡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보건부는 웹사이트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임산부 특화 서비스를 포함한 여성 금연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호주 퀸즈랜드 주는 흡연 후 외모 변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외모에 관심이 큰 젊은 여성들에게 특화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에 특화된 금연 지원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금연지원 서비스 이용이 제한적인 여성들을 직접 찾아가는 금연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내 산부인과 병의원, 산후조리원 등과 연계해 임산부 대상 금연교육과 금연지원 서비스를 운영할 방침이다.

정부의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통한 금연치료제 지원은 여성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금연 초기에 금연치료제로 쓰이는 바레니클린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흡연자 6천여명을 대상으로 바레니클린을 복용하게 하면서 금연 경과를 살펴본 결과, 금연 3개월까지 남성보다 여성에서 효과가 46% 더 좋았고, 6개월 뒤 금연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여성이 31% 더 많았다.

이 때문에 흡연 여성의 금연을 도우려면 흡연동기를 이해하고, 금연결심을 지지해줄 수 있는 금연상담 등이 중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미경 연구위원은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문화적 특성과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여성의 성별 특성과 사회적 요인을 고려한 특화정책이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