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사망 아직도 심각... 잠복결핵부터 잡아라
올해 임산부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 중 하나는 산후조리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결핵 사고였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산후조리원 감염사고를 계기로 최근 산후조리원 종사자의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의무화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를 통과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잠복결핵까지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WHO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 세계에서 900만명이 결핵에 감염됐고, 150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위험과 차별 등을 피해 국경을 넘는 이민자와 죄수, 소수민족, 피난민들로 인한 결핵 확산의 위험도 여전하다. 지난 1970년대 전 국민의 2/3가 결핵에 감염돼 있던 우리나라는 국가결핵관리사업이 진행되면서 감염자가 줄기 시작했지만, 감소세는 완만하다. 결핵연구원에 따르면 전인구 감염률은 2008년 31.5%에서 올해 28%까지 감소됐으며, 오는 2030년에는 25% 정도로 추정된다. 연간 결핵 사망자는 25만명 정도인데, 과거 실태조사를 근거로 한 연간 감염위험률은 0.1% 정도로 추산된다.
▲WHO, 2030년 결핵종식 목표= 느린 결핵 감소율을 감안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35년까지 결핵 종식을 목표로 강력한 결핵 퇴치 전략을 세운 상태이다. 매년 1.5%씩 감소되고 있는 세계 결핵 발생률을 매년 10% 이상 수준으로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달 말, 서울시 서북병원 주최로 열린 국제 결핵 심포지엄에 참석한 WHO 서태평양지구 결핵 담당인 헤니그 박사는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정책적 관리를 우선으로 환경적 관리, 호흡기 보호구 등을 통한 3중 방어선을 갖춰야 한다”며 “백신과 결핵신약의 개발과 함께 잠복결핵치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방의학과 전문의인 나백주 서울시 서북병원장은 “최근 국내 결핵관리에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잠복결핵 감염”이라며 “결핵관리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에서 결핵의 병태생리상 결핵발병 전단계인 잠복결핵감염을 빨라 알아채고 대응하는 문제는 결핵관리의 핵심 중 하나”라고 단언했다.
▲잠복결핵 치료대상 확대 필요= 결핵에 감염됐어도 증상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인 잠복결핵은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누적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결핵균에 감염되면 감염 후 2년 이내에 5% 정도 발병하고, 나머지는 잠복결핵상태를 유지하다 평생에 걸쳐 5~10% 정도 발병한다. 즉 면역이 약해지면 결핵균이 다시 증식해 발병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후진국병으로도 불리는 결핵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영양실조, 알코올, 약물, 흡연, 당뇨병과 연관돼 있다.
보건당국은 올해부터 국내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도 잠복결핵 검사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 김희진 결핵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결핵 고발생 국가도, 저발생 국가도 아닌 중간국가라 고발생 국가에 대한 정책과 저발생 국가에 대한 정책을 섞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예방정책으로 잠복결핵 치료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GRA 검사비 지원 뒷받침돼야= 가까운 일본의 경우 결핵환자 수는 10만명당 20명으로 10만명당 90명인 우리나라보다 결핵감염지수가 낮고, 밀도 있는 관리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 결핵연구원의 가토 박사는 “일본에서는 잠복결핵진단을 위해 IGRA 검사가 일차적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치료가 필요한 잠복결핵감염자는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돼있다”며 “특히 모든 의료기관 신규종사자에 대해서는 전원 잠복결핵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잠복결핵은 엑스선 검사와 객담검사를 통해서도 결핵균이 검출되지 않는다. 잠복결핵 감염은 피부반응검사(TST,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IGRA,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에서만 양성으로 나타난다. TST 검사는 양성으로 나와도 과거 BCG 결핵백신 접종 때문인지, 결핵 감염 때문인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고, BCG 접종자 중 일부에서는 검사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5세 이상 아이들이나 성인, BCG 결핵 백신 접종자의 결핵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데에는 IGRA검사가 유용하게 쓰인다. IGRA검사는 TST보다 특이성이 더 좋지만, 가격이 상당한 편이다. 한 결핵 전문가는 “결핵의 적극적 퇴치를 위해서는 활동성 결핵 치료에 집중했던 단계에서 벗어나 잠복결핵까지 관리해야 WHO 전략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며 “이를 위한 IGRA 검사비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