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일은 왜 다 남 탓이라고 생각할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일에 남 탓하기 쉽지만, 잘 되어가고 있는 일엔 칭찬이 인색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보편적 감정 행동이 부정적 일과 긍정적 일을 달리 받아들이는 ‘뇌 탓’이라는 과학적 주장이 나왔다.
즉, 어떤 부정적 일들이 일어났을 때 인간 뇌의 감정 담당 부위가 활성화돼 ‘그 일을 누군가 고의적으로 의도했다’고 결정해 버린다. 반면 어떤 좋은 일들이 일어났을 때는 해당 뇌 부위가 진정상태로 ‘의도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리나 듀크대학교 로렌스 엔고 박사팀은 신경과학 연구도구를 이용해 사람들의 편견, 즉 왜 부정적 일에는 ‘고의성’이 있다고 여기는 반면 긍정적 일엔 ‘고의 없음’으로 여기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어떤 사건이 잘 흘러갈 때와, 나쁘게 흘러갈 때의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평범한 지원자들에게 그 상황을 들려 줬다. 그리고 부정적 긍정적 상황에 대한 책임 의견을 물은 뒤 개개인의 뇌 스캔 영상을 촬영했다.
연구에 쓰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한 기업의 CEO가 새롭게 수행될 계획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회사 이익을 위해 계획을 추진했다. 이 CEO는 고의적으로 환경을 훼손하려 했던 것일까?]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상황에 대한 고의성에 대해 그들의 생각을 물었다. 연구에 참가한 82%의 사람들이 CEO의 행동에 고의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연구진이 시나리오에서 ‘환경 훼손’을 ‘환경 보호’로 바꾸어 보다 긍정적인 상황을 전달하고 참가자들의 의견을 물었을 때, 23%만이 CEO의 행동에 고의성이 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또한 그들이 시나리오에 처해 있을 때 MRI 뇌 촬영을 실시해 개개인의 뇌 활동을 분석했다. 부정적-긍정적 상황의 결과에 대해 우리의 뇌 두 개의 다른 지점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곳은 ‘감정적 기분’으로 일을 다루는 부위, 다른 곳은 ‘통계학적 근거’로 일을 다루는 부위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뇌의 변연계에 속하는 편도체가 활성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체는 동기,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실험에서는 부정적 감정이 생겨 활성화를 나타낸 것으로, 연구진이 더 심각하게 설정한 부정적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편도체 활성화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긍정적 결과의 상황에서는 편도체의 활성화가 진정상태로 돌아갔는데, 이러한 긍정적 결과를 대할 때 기분보다는 통계학적 근거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로렌스 박사는 “사람들은 편견에 의해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연구는 우리가 평소 어떤 도덕적 판단을 할 때 특히 그것이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것일 때, 무의식적으로 ‘탓(누군가에 의한 고의적 결과)’을 먼저 하게 되는 이유를 뇌 감정부위의 활성화에 의한 것임을 밝혀낸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