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구멍 통해 보는 ‘입체 누드’...상상력 폭발

작은 구멍 통해 보는 ‘입체 누드’...상상력 폭발

 

이재길의 누드여행(11)

스테레오 사진에 투영되는 예술세계

19세기 사진이 발명이 된 후, 빛에 반사되는 모든 존재들은 프레임 속 기록의 대상이 되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일상의 단편들 하나 하나가 사진 속의 주인공으로 재현되어왔다. 그러나 입체적인 피사체들은 사진의 평면적인 특징 때문에 제한적으로 표현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마침내 1849년 영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브루스터가 발명한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가 등장하면서 사진을 통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스테레오스코프’는 입체경(立體鏡)을 말하며, 2장의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하여 입체감 있는 시각상(視覺像)을 형성하는 장치를 뜻한다. 본격적으로 ‘스테레오 사진(Stereo Photo : 입체 사진)’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1860년대부터였다. 스테레오스코프의 원리가 쉽고 간단해지면서 대중들은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아프리카나 인도의 진기한 풍경사진부터 과학교재용 동식물의 사진들까지 다양한 피사체가 촬영되어 세트로 팔려나갔다. 물론 누드사진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입체경의 등장으로 사진은 평면적일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매체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입체경이 점차 대중화가 되어 일상의 도구로 사용되어 온 것은 인간의 성적 욕망과 매우 관련이 높다. 보수적이고 남성의 사회적 위치가 높았던 19세기에는 개인의 사생활을 노출할 수 없었던 만큼,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일도 매우 드물었다. 그럼에도 시대의 권력과 억압조차 인간의 성적 본능을 억제할 수 없었다.

입체경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사진 속 여체의 누드를 관능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게다가 두 장의 사진을 통해 누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내면에 숨겨진 자신들의 성적 이면을 더 이상 감추지 않았다. 부유한 계층이나 가난한 계층, 그리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은밀함 속에서 입체경에 투영되는 누드사진들을 열렬히 열망해왔던 것이다.

또한 19세기의 신사숙녀들의 누드를 감상하는 주된 장치로써 입체경울 사용하면서 사회적인 ‘성’에 대한 인식이 달려졌을 뿐만 아니라, 누드에 대한 은밀한 관심이 예술에 대한 이해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에로스(Eros)와 섹슈얼리즘(Sexualism)의 상징인 여체의 누드가 입체경을 통해 새롭게 투영되면서 사진의 예술적 영역과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사진 1』과 『사진 2』는 인간의 몸과 예술사진과의 본질적인 관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진을 통해 당시 금기시 되었던 ‘성(性)’적 유희를 즐기게 되면서 내재된 욕망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본질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더불어 누드사진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절대적인 매개체임을 증명해오고 있다. 입체경 속 연속된 두 장의 누드사진들은 새로운 형식 속에서 또 다른 관점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들추어 내었다. 이것은 누드 그 자체가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체경에 여러 장으로 구성된 누드사진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간존재의 본질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투영되어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입체경 속 누드사진은 단순히 관능적으로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의 범위를 넘어서,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하게 되는 ‘감동’의 도구로써 변화를 거듭해왔다. 『사진 3, 4』

 

입체경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어른들의 ‘은밀한 놀이문화’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입체경의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며 상상을 자극하는 쾌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입체경은 놀이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진의 예술성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삶의 변화를 일으킨 역사적 도구인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했든가. 오늘날 150여년 전의 그 역사적 입체도구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가상현실(VR)기기로 재탄생되어 삼성의 기어VR, 구글의 카드보드(Card board)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중화를 선도하며 빠르게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 사진 출처

『사진 1』 http://plaidpetticoats.blogspot.kr/2014/02/an-introduction-to-19th-century.html

『사진 2』 http://psychology.wikia.com/wiki/Stereoscope

『사진 3』 http://www.hertfordshire-genealogy.co.uk/data/postcards/publisher-downer-stereo.htm

『사진 4』 http://sechtl-vosecek.ucw.cz/en/expozice8.html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10) 에로틱하면서도 고귀한... 흑과 백의 ‘샘물’

(9) 정적 공간의 역동적 여체... 순간의 미학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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