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조심.... 추워지자 젊은 화상 환자 급증
본격적인 추위로 난방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 오랫동안 노출돼 생기는 저온화상은 화상을 인지할 즈음 이미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라 응급치료를 할 수 없어 위험하다. 최근에는 품안의 난로라 할 수 있는 핫팩을 사용하다 저온화상을 입는 젊은 층이 크게 늘어 주의가 요구된다.
▲핫팩 주로 쓰는 젊은 환자 많아 = 1일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에 따르면 최근 2년(2013~2014년)간 난방용품을 사용하다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899명을 조사한 결과, 저온화상의 주된 원인으로 핫팩이 평균 2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난로 등 온열기 25%, 전기장판 23%, 찜질용품 20% 등의 순이었다.
특히 핫팩으로 저온화상을 입은 환자는 2013년 21%(94명)에서 지난해 32%(141명)로 눈에 띄게 늘었다. 20~30대에서도 핫팩 때문에 내원한 환자는 같은 기간 42명에서 67명으로 59%나 급증했다. 반면, 저온화상의 주범으로 꼽혔던 전기장판은 25%에서 21%로 감소세를 보였다. 60대 이상 고령 환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환자 2명 중 1명(49%)은 20~30대 젊은 층이었고, 60대 이상 환자는 전체의 12%에 그쳤다. 여성이 70%로 대부분이었다.
▲저온화상 80%는 3도 화상 = 자가 치료를 시도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상처를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원 통계에 따르면 24시간 이내 방문한 환자는 15%에 불과했고, 환자의 절반은 상처가 발생한지 5일 이후에 방문했다. 베스티안병원 문덕주 부원장은 “고온화상보다 상처 면적이 작다보니 자가 치료를 시도하다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3도 화상”이라고 전했다.
3도 화상은 피부 표피는 물론 진피까지 화상을 입은 경우이다. 심하면 괴사나 신경조직까지 손상될 수 있으며, 피부이식 등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피부가 얇아 열이 피부 깊숙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고, 말초 신경 퇴화로 온도에 무뎌져 화상의 깊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더욱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화상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치료기간도 길어져 수술이 불가피할 때가 많다.
문 부원장은 “보통 40도 정도의 열기면 후끈한 정도지만, 뜨거운 줄 모르고 있다가 2시간 이상 피부가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부 속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깊은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며 “피부색이 변하거나, 가렵고, 수포가 생기면 화상의 크기가 작더라도 저온화상을 의심해야 하고, 음주나 감기약 복용 등으로 깊게 잠들어 저온화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온화상 예방하려면 = 처음 개봉한 핫팩을 흔들어 열을 내면 70도 가까이 온도가 올랐다가 차츰 낮아져 평균 40~50도를 유지한다. 이러한 온도는 최소 1~2시간, 최대 12시간 정도 유지된다. 핫팩을 수시로 옮기면서 쓰면 상관없지만, 주머니에 넣고 오랜 시간 있다 뜨거움을 잊고 저온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책상 아래에 전기난로를 가까이 두고 안 움직인 채 2~3시간 동안 계속 사용해도 화상을 입기 쉽다. 보통 전기난로의 열선모양과 같은 거뭇거뭇한 자국이 다리에 생긴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노트북을 다리 위에 올려두고 장시간 사용할 경우 노트북 배터리의 열로 인해 허벅지에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전기매트나 온수매트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얇은 이불을 깔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기장판 위에 아무 것도 깔지 않고 누우면 접촉한 피부에 열이 밀집돼 온도가 더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상태로 장시간 노출되면 조직이 괴사되면서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마비될 수 있다. 이불로 열을 분산시키고 피부가 장판이나 매트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온열 난로는 최소 1m 이상 거리를 두고 쓰고,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핫팩을 쓸 때에도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