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걸린 건 문란한 탓? HIV 오해와 진실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최근 유명 할리우드 스타가 HIV(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양성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HIV와 에이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매체에서 HIV 양성 진단을 에이즈로 오보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줬다. HIV 감염인이 곧 에이즈 환자란 의미는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면역력이 떨어지고 여러 합병증이 생겼을 때 에이즈 환자가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를 통해 HIV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HIV 양성 진단을 받으면 오래 못산다?= 1980년대 에이즈와 HIV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HIV 감염인들의 수명이 급격히 늘어났다. 30년 전 HIV 양성 진단을 받은 사람은 1년 이상 생존키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늘날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을 통해 40~50년 정도 생존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HIV 양성 진단을 받은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HIV 감염인은 감염 사실을 즉각 눈치 챈다?= HIV 양성 환자 8명 중 1명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HIV 감염인 중 상당수는 젊은 남성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다. 18~29세 사이에 속하는 이들은 자신이 HIV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이들이 HIV에 감염되고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해 적절한 조치를 받지 않는다면 전염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모기에 물려도 HIV에 감염될 수 있다?= 이는 에이즈와 관련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다. 아직까진 모기에 물려 HIV에 감염된다는 근거가 될 만한 연구결과는 없다. CDC 측에 따르면 HIV 바이러스는 모기 안에서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컵만 공유해도 HIV에 감염될 수 있다?= HIV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큰 이유는 HIV 감염인과의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HIV 감염 경로는 대부분 성관계이며 그 다음은 주사바늘을 공유한 케이스다. 그 외의 방법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HIV 감염의 원인 제공은 남성이다?= 매년 새롭게 생겨나는 HIV 감염인 5명 중 4명은 남성이다. 남성 감염인의 60% 이상은 동성과의 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반면 여성의 대부분은 남성과의 관계 혹은 주사바늘 공유에 의해 감염된다.
◆에이즈에 걸린 건 본인 탓이다?= 암이나 심장병과 같은 질환과 달리 에이즈 환자 혹은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은 극도로 알리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본인의 잘못된 성생활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은 경험이 많을수록 HIV 감염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 한 사람과의 관계만으로도 감염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문란한 생활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