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법률 전쟁... 최고 명장은 ‘해울’
최근 가수 신해철 사망 사건 등 의료사고가 빈발하면서 의료사건 전문 법률사무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분야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해 환자들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어 법률사무소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법조전문 신문사인 법률신문의 최근 의료전문 로펌 특집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의료사고 손해배상청구소송’ 분야에서 법률사무소 해울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특집기사 요약.
◆법률사무소 해울 부동의 1위 = 법률신문이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1년간 대법원과 전국 고등법원에서 선고된 의료사고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 173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법률사무소 해울이 32건으로 가장 많이 수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울에 이어 백인 합동법률사무소, 법률사무소 히포크라가 뒤를 이었다. 의료사건에 대한 대형로펌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단독 개업을 하거나 중소로펌을 선택한 의사 출신 변호사가 늘면서 의료사건을 전문으로 내세운 중견 로펌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전문 로펌 맹활약 = 해울은 환자측인 원고대리 사건 21건과 병원측인 피고대리 사건 11건을 합쳐 총 32건(18.5%)을 수임했다. 의료소송 10건 가운데 2건 가량은 해울이 관여한 셈이다. 백인은 원고대리 사건은 없이 피고대리 사건만 총 27건(15.6%)을 수임했다. 피고대리 사건만 기준으로 하면 가장 많은 사건을 수임했다. 히포크라는 원고대리 15건과 피고대리 3건을 수임해 총 18건(10.4%)의 사건을 수행했다.
◆해울, 승소율 62.5%에 달해 = 해울은 전체 수임사건 32건 중 4건(12.5%)에서 전부승소했다. 일부승소한 16건을 합치면 승소율이 62.5%에 이른다. 원고대리 사건에서는 21건 중 9건(42.9%)을 일부승소했다. 피고대리 사건에서는 총 11건 중 4건(36.4%)을 전부승소했고, 7건(63.6%)을 일부승소했다.
백인은 파기환송된 사건을 제외한 피고대리 25건 중 8건(32.0%)에서 전부승소를 거두고, 17건(68.0%)에서 일부승소를 거뒀다. 패소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히포크라는 파기환송사건을 제외한 총 11건 중 9건(81.8%)에서 일부승소를 거뒀다. 원고를 대리한 10건 중 8건(80.0%)에서 일부승소를 기록했고, 피고대리 사건 1건도 일부승소했다.
◆전문성으로 업계 장악 = 의료사건에서는 우리나라 1세대 의료전문 변호사로 불리는 신현호(57) 변호사의 활약이 컸다. 신 변호사가 이끄는 해울은 의사출신 변호사들의 강력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고의 명성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왕절개 등 수술요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호흡분만만을 무리하게 시행해 산모가 뇌출혈을 일으키고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에서 원고인 산모측을 대리해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냈다. 수술 도중 호흡정지에 빠져 뇌손상을 당한 피해자를 대리해 의사와 병원 측에 책임을 묻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백인은 지난 1995년 전병남(50)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의료소송 전문 로펌으로 성장했다. 전 변호사는 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 겸임교수와 대한의료법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우리나라 1세대 의료전문 변호사다. 백인은 의료소송에서 병원과 의사 측 대리만 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법률신문은 “수임건수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일관된 자세와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전문성 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사 출신인 박호균(41) 변호사와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부대표인 서영현(47) 변호사가 이끄는 법률사무소 히포크라도 활발한 수임 실적을 쌓았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박호균 변호사는 2000년부터 의사로 일하다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의사가 적절한 시기에 상부 위장관 출혈에 대한 치료를 하지 못한 과실과 환자의 저산소성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대법원 판결 등을 이끌어 냈다.
◆의료사고 입증책임 개선해야 = 의료소송에서는 원고보다 피고가 승소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 전체 의료사건 173건에서 파기환송된 사건 10건을 제외한 163건 중 원고가 전부승소한 건수는 1건(0.6%)에 불과했다. 원고가 일부승소한 건수는 86건(52.7%), 패소한 건수는 76건(46.6%)이다. 의료소송에서 대부분의 원고가 환자이고 피고가 병원 또는 의사인 점을 감안할 때 환자측이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해울과 히포크라, 고도, 화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로펌들이 피고대리 사건을 원고대리 사건에 비해 2배 이상 수임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막강한 자금력과 법률조력을 뒤에 둔 대형병원 등을 상대로 환자측이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의료 과실행위와 의료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의료소송에서 소송당사자의 공정한 법적공방을 위해서는 적어도 의사의 과실과 의료사고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