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뻑 종결자’? 셀카족이 위험 무릅쓰는 이유
“황소를 피해 도망치는 자신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포착하려는 청년.”
“본인의 등에 불을 붙인 후 거울을 보며 셀카를 찍는 10대 소년.”
이처럼 아슬아슬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건물 옥상이나 절벽에 매달려 사진을 찍는 청년들 때문에 벌써부터 고민에 빠진 상태다. 최근 미국의 한 10대 소년은 자신의 목에 총을 겨눈 채 셀카를 찍다가 오발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왜 이처럼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셀카에 심취하는 걸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위험한 셀카를 찍어 SNS에 공유하는 사람들은 ‘자아도취’의 성향이 강하다.
자아도취란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일종의 인격장애를 의미한다. 자신의 재능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 세계 1% 이하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쳇말로 ‘관심종자’내지 ‘자뻑종결자’로 칭할 수 있겠다. 본인이 특별하다고 믿고 지속적인 관심과 칭찬을 요구한다. 그렇다보니 위험한 셀카를 찍어 관심을 끌고 사람들의 댓글을 즐기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애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이 SNS 사용실태와 나르시시즘의 수준을 측정한 결과다.
이런 현상은 젊은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중년 이상의 사람들도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자아도취 기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그 어떤 사람의 의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처럼 SNS 활용도가 높다.
그런데 과도한 자기애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저널(PLOS o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본인이 특별하다거나 우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심혈관계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스트레스가 없을 때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된다. 하지만 자아도취 성향이 강한 사람은 평소에도 이 수치가 높아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 고혈압을 비롯한 심장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공감능력, 감정이입능력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자아도취가 심한 사람은 위험한 셀카로 스스로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위험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자신을 완벽한 상태로 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남에게 피해를 끼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만성적인데다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로써는 정신분석적 치료가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환자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