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의 식탁식톡 (32) / 감
한 입 아삭아삭 달콤한 단감을 좋아하세요?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홍시를 좋아하세요? 이렇게 먹어도 저렇게 먹어도 즐거운 식감, 주황빛 가을 손님 저 감이 왔습니다. 여기저기 담벼락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어서 귀한 과일이 아니라 생각할지 모르지만요. 저 이래 봬도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의 과일’, 예부터 영양과 맛을 가치 있게 여겨 ‘신의 과일’이라 일컬어졌을 정도라구요.
잘 알다시피 저는 맛에 따라 크게 단감, 떫은 감으로 나뉩니다. 요즘 제철인 단감은 생과로 먹지만, 떫은 감은 오래 놔뒀다가 홍시가 되어서야 먹지요. 우는 아이 달랜다는 곶감은 더 오래 말려뒀다 먹고요.
제 떫은맛의 정체가 궁금하시죠? 디오스프린이라는 타닌 성분 때문인데요. 이 성분은 입 안에서 침과 섞이면서 떫은맛을 낸답니다. 자연적으로 타닌 성분이 사라질 때까지 그냥 저장해 두거나 소금물에다 담그는 방법으로 떫은 감을 ‘맛 난 감’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수용성 타닌 성분을 불용성으로 변화시키는 원리를 이용해 홍시를 만드는 인위적인 방법도 있긴 하지만요.
감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도 일부 이 떫은맛을 내는 디오스프린 탄닌 성분 덕입니다. 이 성분은 세포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서 노화, 피부 탄력 등에 좋은 기능을 선사하지요. 또한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도 합니다.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위궤양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 C와 A도 풍부해서 술 마신 다음날 감 1개만 먹어도 숙취회복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 제 안의 포도당 및 과당과 함께 작용해서 숙취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한답니다. 그러니 술 마신 후, 아삭한 감 한 개~~ 잊지 마세요.
저는 또한 베타카로틴 성분도 가득합니다. 이 성분은 비타민A의 전구체로, 당근, 호박 등의 녹황색 채소 친구들에게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타카로틴도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줌으로써 암, 노화, 시력 저하 등 예방에 좋지요. 또한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이 해로운 성분으로 변해 혈관의 안쪽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답니다.
제가 주황빛 색을 내는 이유는 제아잔틴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이 성분은 노란색을 띠는 자연의 색소랍니다. 자외선으로 인한 눈 내부의 세포 파괴를 막아줌으로써 시력저하, 황반현상, 백내장을 예방하는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맥에 침전물이 쌓이는 것도 막아주지요. 따라서 심장병, 뇌졸중 퇴행성 질환 등을 예방하는데 좋은 과일이랍니다.
이렇게 자랑 질을 하는데 아~ 그런~감? 아닌~감? 제 효능에 긴‘감’민‘감’하다구요? 농업 및 식량화학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 하나 소개합니다. 제가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데 사과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입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셀라 고린스테인 박사에 따르면 제게 섬유질, 항산화 물질, 영양소 및 미네랄이 사과보다 많이 들어있대요.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저를 사과보다 효과적인 ‘항동맥경화증 과일’로 치켜세웠습니다. 중간 크기의 감 하루 1개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말입니다.
살살 녹는다고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변비가 생길 수 있어요. 변비에 좋다했으면서 왜 또 말을 바꾸냐구요? 너무 많이 먹으면 그 좋다는 탄닌 성분이 지방질과 작용해 변을 굳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니 뭐든 적당히!! 감~~~ 잡으셨죠?
□ 이렇게 골라주세요
단감은 꼭지가 황색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일수록 씨가 고르게 박혀 있어 맛이 좋습니다. 껍질에 탄력과 윤기가 있고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색이 짙으며 꼭지가 매끈하게 붙어 있는 것을 고르도록 합니다. 홍시를 고를 때는 말랑말랑하며 껍질에 윤기가 있고, 흠집이 없는 것을 콕 집어주세요. 씻을 때는 식초 2-3방울 떨어뜨린 물에 살짝 담갔다가 헹구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자료=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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