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유발 헬리코박터균, 꼭 치료해야 하나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의 주요 원인으로 위 점막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이 꼽히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일으키는 위장관 질병은 다양하다. 급성 위염, 만성 활동성 위염, 만성 위축성 위염, 비궤양성 소화 불량증,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임파종이 대표적이다. 특히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으며, 이 세균을 제거하면 궤양의 재발률은 감소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과 위암과의 연관성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특정 헬리코박터균만이 질병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 헬리코박터균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변이나 타액, 구토물 등이 주된 경로로 알려져 있다. 성적접촉에 의한 감염은 없으며 많은 사람이 집단생활을 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집단일수록 감염률이 높다.
또한 가족 내에서 이뤄지는 감염이 많다. 특히 어린이의 감염은 이미 감염된 어른에게서 전염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는 술잔을 돌리는 습관이나 여러 명이 수저를 이용해 한 그릇의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아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박정범 원장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경우나 변연부 B세포 림프종을 앓는 경우라면 헬리코박터균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또한 위염이 심하거나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담당의사의 판단에 따라 선별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궤양이 동반된 경우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고 위장약을 복용하면서 궤양을 치료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제균 치료를 하지 않은 십이지장궤양은 그 재발률이 60-100%에 달한다. 헬리코박터균이 성공적으로 제균된 경우에는 5% 이내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초기 병기의 변연부 B세포 림프종은 헬리코박터 제균 요법 후에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의 발병 인자로 인식되면서 위암 치료전후로 위암 재발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헬리코박터균 치료가 법정 비급여 치료로 인정되었다. 또한 조기 위암을 진단 받은 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다면 암에 대한 치료 전, 또는 후에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