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깊은 장면은 왜 잊히지 않을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대표영화 ‘사이코’를 보면 유명한 장면이 등장한다. 여주인공이 샤워도중 살해 당하는 장면이다. 한 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장면이다. 이처럼 단 한 번의 목격만으로도 절대 잊기 힘든 장면들이 있다. 무슨 이유로 이처럼 뇌리 깊숙이 박히는 걸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뿐 아니라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들도 영화 속 장면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또 자신이 기대하는 장면이 또 다시 등장하길 고대하기도 한다.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팀이 안구운동 추적 장치를 이용해 유인원들이 동영상 클립들을 보는 동안 그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후미히로 카노는 “처음 동영상을 보여준 뒤 24시간이 지난 다음 또 다시 같은 영상들을 보여주자 유인원들은 다음 장면에 등장할 장면을 기대하는 명백한 행동 징후를 보였다”며 “유인원은 한 번의 짧은 경험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할 능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유인원들에게 보여준 짧은 영상은 ‘킹콩의 공격 장면’과 ‘킹콩에게 복수하는 장면’ 두 편이다. 각 동영상에는 2개의 문이 있고, 킹콩은 왼쪽 문 혹은 오른쪽 문 둘 중 한 쪽으로만 등장한다.
하루가 지난 뒤 유인원들에게 다시 이 영상을 보여주자 유인원들은 앞서 킹콩이 등장한 방향과 같은 방향을 쳐다보며 킹콩이 등장하길 기다리는 반응을 보였다. 즉 앞서 본 영상에서 킹콩이 어느 방향으로 등장했는지 기억하고, 그와 동일한 방향에서 나타나길 기대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공동 연구자인 사토시 히라타는 “이번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유인원들이 단 한 번의 목격만으로도 정보를 장기기억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능력은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을 피하거나 사회적인 교류를 형성하거나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현대생물학저널(Journal Current Biolog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