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강한 사람, 직장생활에도 강할까

‘정치력’ 강한 사람, 직장생활에도 강할까

 

누군가 "당신의 정치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면 이는 칭찬일까, 경고의 신호일까. 정치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요령껏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남들보다 회사생활을 하는데 유리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노련한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신뢰를 사지 못한다는 점에서 회사생활에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정치력이 있는 수완가는 훌륭한 제복을 입은 것처럼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기술이 있다. 그런데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이 이러한 능력이 회사생활에 긍정적인 기능만 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력과 연관이 있는 논문들을 메타분석해본 결과, 정치적 기술과 업무 수행능력 사이에 규칙성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정치력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지속적인 혜택으로 작용하지 않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능수능란한 정치력이 동료들로 하여금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가령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이 회사 시스템을 자신의 뜻대로 조정해 나간다거나 비즈니스 상대의 마음을 사는 기술을 보인다면 동료인 나 역시 마음대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의심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료들로부터 의혹을 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그 다음부터 정치력이 강한 사람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눈치를 보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

두 번째는 정치력이 항상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력을 강력한 망치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를 쉽게 박을 수 있는 못으로 생각하게 된다. 정치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잔인해지기도 하고, 사악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습사원 178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정치력에 대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또 그들의 상사에게 이 수습사원들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리고 둘 사이의 연관관계를 확인하자 일정 부분까지는 정치력 점수와 업무수행능력 점수가 비례했다. 그런데 5점 만점에 3.5점 이상의 정치력 점수를 스스로에게 매긴 사람들은 오히려 상사로부터 나쁜 점수를 받는 결과가 나타났다. 적당한 정치력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단 이번 연구는 모든 직업군을 총괄하는 실험이 아니므로 각 직업군에 따라 판단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정치력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됐는지의 여부도 파악하기 어렵다. 단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만 생각했던 정치력도 지나치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응용심리학(Applied Psychology)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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