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을 땐 고기, 슬플 때 당기는 것은?
기분 좋을 때는 고기, 우울할 때는 술ㆍ매운 음식을 찾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육류ㆍ술ㆍ매운 음식 등이 기분을 달래주거나 안정시켜 주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이상희 교수팀이 서울 등 수도권 대학생 4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행복을 느낄 때 먹는 음식으로 남학생은 고기(19.2%), 여학생은 치킨(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즐거운 감정이 충만할 때의 컴포트 푸드로는 남학생은 술(16.7%)과 치킨(13.9%)ㆍ고기(12.7%), 여학생은 치킨(13.5%)ㆍ아이스크림(11.9%)ㆍ피자와 스파게티(9.9%)를 찾았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감성과학’에 발표된 것으로 2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전했다.
연구 결과 슬픔ㆍ분노 등 부정적 감정이 심할 때 위로를 받기 위해 주로 찾는 컴포트 식품으로는 술ㆍ초콜릿ㆍ매운 음식ㆍ음료 등이 꼽혔다. 남학생은 술(32.5%)ㆍ초콜릿(11.4%)ㆍ음료(6.8%), 여학생은 초콜릿(21.3%)ㆍ술(14.6%)ㆍ매운 음식(9.9%)을 찾았다. 분노가 밀려오면 남학생은 술(23.7%)ㆍ매운 음식(18.2%)ㆍ음료(8.1%), 여학생은 매운 음식(33.8%)ㆍ초콜릿(13.1%)ㆍ술(8.9%)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컴포트 푸드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컴포트 푸드는 기쁨ㆍ안정을 주거나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는 음식”이라며 “1966년 미국 일간지 ‘팜비치 포스트’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컴포트 푸드는 각 나라의 경제ㆍ문화ㆍ문화ㆍ정서적 차이에 따라 종류와 의미가 약간 달라진다”며 “국내에선 ‘힐링푸드’ㆍ‘집밥’의 의미로도 간혹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은 따뜻하고 잘 차려진 탄수화물 음식, 여성은 조리가 필요 없는 달콤한 초콜릿ㆍ과자를 컴포트 푸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은 교수는 “고기를 먹으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며 “고기 안에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트립토판이 천연 우울증 치료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영은 교수는 “매운 맛 성분인 고추의 캡사이신은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시켜 몸의 열기를 땀과 함께 배출시킨다”며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열이 식으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고기나 치킨은 가족 또는 친구와 어울려 먹는 문화가 있으며 축제ㆍ야구장ㆍ월드컵 경기 시청 등 즐겁고 활동적인 공간에서도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며 “컴포트 푸드는 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사회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