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보다 무서운 C형 간염...신약 속속 개발
과거 국내에서 만성간염은 B형 위주였다. 간박사로 유명한 서울의대 김정룡 교수(한국간연구재단 이사장)가 세계에서 3번째로 B형간염 백신을 개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983년에 녹십자가 이를 상용화해 헤파박스B를 내놓으며 B형간염은 퇴치되기 시작했다. 전체 인구의 10%를 웃돌던 B형간염 환자는 2000년대 들어 2% 수준까지 줄었다.
만성감염은 이제 B형에서 C형 위주로 급변하고 있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 C형간염 환자는 19만여명으로 추산되며, 매년 4500명의 신규환자가 추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수혈로 C형간염이 발생했는데, 수혈 전 간염검사가 시행되면서 최근엔 정맥주사 약물 남용, 성 접촉, 문신, 침술 등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를 감염자와 같이 쓰는 것도 위험하다.
특히 C형간염은 백신이 없는데다 감염초기에 자각증상도 거의 없어 20-30년 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C형간염 환자의 15-56%가 20-25년 내 간경변으로 진행되며, 비감염자보다 간염 사망률이 21배 이상 높아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한 실정이다.
C형간염 신약 속속 등장... 완치 기대감 고조
우려스러운 C형간염도 이제 완치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과 먹는 약인 리바비린을 병용하는 기존 치료법 외에 다양한 치료제들이 속속 국내 시장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BMS제약이 국내에 발매한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 성분)와 순베프라(아수나프레비르 성분) 병용요법은 표준 치료제보다 치료율은 높고, 약값 부담은 낮춰 주목받고 있다. 간학회에서는 다클린자와 순베프라의 초성을 따 이른바 ‘닥순요법’으로 통용된다.
닥순요법의 가장 큰 장점은 24주간 치료로 국내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유전자형 1b형 환자들이 높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약성이 우수하고, 먹는 약만으로 조합돼 환자 편의성도 높다. 치료 경험이 없는 한국과 대만 등 18개국의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간염 환자 6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 다국가 임상시험에서 닥순요법으로 24주간 치료했을 때 치료 종료 후 12주 뒤에도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는 SVR12가 90%에 이르렀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을 못 견디는 불내약성 또는 고령 등 부적합군에서도 SVR12가 82%로 높게 나타났다.
기존 C형간염의 치료요법인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치료는 유전자형 1b형에서 SVR12가 6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간경변이 있을 경우 유전자 1형에서 SVR12가 20.8%에 불과할뿐더러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 임상 현장에서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12일 진행된 닥순요법 기자간담회에서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는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60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아 간질환과 관련된 각종 합병증 유발 가능성이 높을뿐만 아니라 표준 치료법인 인터페론 기반요법에 대한 내약성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며 “닥순요법은 기존 치료의 대안을 갈구하던 환자들의 의학적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닥순요법은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도 매우 드물다”며 “치료경험이 없는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닥순요법의 SVR12가 90% 이상인 것은 C형간염 완치시대의 개막”이라고 표현했다.
선두주자는 BMS ‘닥순요법’... 치료율 높고, 약값은 저렴
한국BMS제약에 따르면 닥순요법이 지난 1일자로 건강보험급여를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간병변을 포함한 간질환자 중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간염 환자로 치료경험이 없거나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 등에게 닥순요법을 투여하면 보험급여가 인정된다. 보험약가는 다클린자 60mg에 4만1114원, 순베프라캡슐 100mg에 5154원으로 결정됐다.
24주 치료인 것을 감안할 때 총 약제비는 다클린자 1일 1회, 순베프라 1일 2회 요법으로 따져 863만원선이다. 환자 본인부담액은 259만원 정도다. 기존 인터페론 기반 치료요법의 약제비 규모는 785만원으로, 주사제를 포함해 병원 원내처방 기준으로 본인부담금이 50% 수준인 392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치료성공률이 높은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하다 할 수 있다. 한국BMS제약 김석훈 사장은 “이번 급여출시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적극적인 치료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닥순요법에 앞서서는 지난해 12월, 한국MSD가 먹는 C형간염 치료제인 빅트렐리스(보세프레비르 성분)을 출시했다. 이 치료제는 인터페론 주사제와 리바비린과 병용해 3제요법으로 사용된다.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SVR12는 67-68%,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는 59-66%까지 치료반응율을 개선시켰다. 1일 3회 복용하며, 회당 4캡슐(800mg)을 음식과 함께 복용한다.
글로벌 제약사인 애브비도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복합제(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와 다사부비르 병용요법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먹는 복합제인 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는 지난해 미국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선정된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 역시 C형간염 신약인 소발디(소포스부비르 성분)와 복합제 하모니(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의 국내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소발디와 하모니는 12주 치료로 BMS제약의 닥순요법보다 치료기간이 절반으로 짧지만, 값이 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