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사람처럼 다양한 얼굴 표정 짓는다
동물도 감정이 있을까. 뇌가 잘 발달한 고등동물은 기쁨, 슬픔, 괴로움 등의 보편적 감정을 느낀다. 어류처럼 뇌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동물도 감정을 느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리학적인 구조와 기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있지만 보다 일반적인 이유는 동물의 일관된 얼굴 표정이다. 무표정한 얼굴이 도무지 감정을 가진 존재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말만큼은 사람처럼 다양한 얼굴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친근한 동물인 개는 반가우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몸을 비비거나 혀로 핥으며 친근감을 표현하는 동물들도 제법 많다. 슬픈 감정에 빠졌을 땐 움직임이 줄어들고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밥을 먹지 않는 동물들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동물 역시 미세한 얼굴표정을 짓지는 못한다.
그런데 영국 서식스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말은 사람처럼 얼굴 근육을 이용해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콧구멍, 입술, 눈 주변의 근육을 이용해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에 맞는 얼굴표정을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저널(PLOS ONE)’에 5일 발표된 이 논문은 얼굴표정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동물들 간의 유사성을 살폈다.
말은 의사소통을 할 때 상대 말의 얼굴에서 단서를 찾으려 한다는 선행연구가 결과가 있다. 이를 연구의 단초로 삼은 서식스 연구팀은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미국 듀케인대학교와 공동으로 ‘말의 안면근육 코드체계’를 고안했다.
이는 얼굴 근육의 다양한 움직임을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말의 얼굴을 적용해본 결과, 서로 다른 17개의 근육 움직임이 식별됐다. 같은 시스템을 인간의 얼굴에 적용했을 때는 27개, 침팬지에게서는 13개, 개에게서는 16개의 움직임이 발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말은 애완용 개나 고양이보다 시력을 비롯한 시각적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표정은 간과돼온 부분이다. 연구팀은 말의 얼굴 근육 움직임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심지어 사람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각 얼굴표정이 어떠한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것인지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