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의 100배... 해변 모래찜질은 세균찜질?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연일 바닷가에 피서 인파가 몰리고 있다. 그런데 꿀 같은 휴식을 위해 찾은 휴가지에서 사건·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바닷가라면 무엇보다 물놀이 안전수칙에 주의해야 한다. 물뿐만 아니라 모래에서 놀 때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모래는 바닷물보다 훨씬 더 비위생적이다.
최근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모래야말로 바닷가를 방문한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복병일지 모른다. 바닷물보다 모래에 더 많은 박테리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타오 얀 박사는 미국 건강지 '헬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닷가를 즐겨 찾는 사람들은 모래가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모래가 바닷물보다 안전하다고 단정 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물과 모래를 비교 연구한 선행 연구에서 이미 모래가 바닷물보다 지저분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더 많은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팀은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하와이 해변 3곳에서 바닷물과 모래 샘플을 채취한 다음 실험실 내에 바닷가 축소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닷가 축소모형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물속에 사는 박테리아보다 모래에 사는 박테리아가 훨씬 더 천천히 부패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것이 모래가 세균의 온상이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러한 박테리아는 진짜 사람에게 해로울까. 미국 ‘역학저널(Journal Epidemiology)’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더러운 모래는 질병을 일으키기 충분한 조건이다. 연구팀이 해변을 찾은 관광객 5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모래에서 놀거나 모래찜질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설사, 구토, 메스꺼움을 비롯해 위장질환을 보일 확률이 높았다.
물론 이번 실험결과를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바닷가에서 즐겁게 휴가를 보내되 모래를 만진 손으로 음식물을 만진다거나 눈을 비비는 등의 행위를 삼가라는 것이다. 또 바닷가에서 놀고 난 뒤 곧바로 샤워를 하는 습관 역시 중요하다.
모래를 한 번 굽거나 살균처리한 것은 괜잖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