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마음에 새겨두려면...
일기는 자신의 생각을 두서없이 휘갈겨 적는 글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심리적 위안이 된다. 매일 적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1~2번만 마음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적어도 좋다. 글로 적는 과정은 사건을 머릿속에 상세하게 저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기로 적어둔 사건은 시간이 흘러도 비교적 자세하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일기를 써야 보다 많은 기억을 저장할 수 있을까.
계간지 ‘실험심리학(Experimental Psychology)저널’에 실린 최근 논문에 따르면 잠들기 직전 적는 일기가 머릿속에 가장 많은 기억을 저장한다.
인지심리학자 아그네스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자전적인 기억을 기록하고 정리하기 좋은 시간대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수면’이 학습한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잠들기 전 기록하는 일기가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또 이를 확인하기 위해 18~25세 사이 실험참가자 109명을 모집해 일기쓰기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은 24시간 주기리듬이 유사한 사람들로 제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령범위를 좁혔다.
실험참가자들은 총 3그룹으로 분류했다. 잠들기 직전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로 쓰는 그룹,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 있었던 일을 일기로 쓰는 그룹, 잠들기 직전 전날 있었던 일을 일기를 쓰는 그룹이다.
실험참가자들은 연속 5일동안 일기를 적었고, 그들에게 일어났던 하루 사건의 중요도, 사건이 지속된 기간, 수면 시간 등을 함께 기록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다시 모았다. 그리고 이전에 일기로 기록했던 내용을 얼마나 상세하게 기억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일기에 기록한 내용과 실험참가자들이 회상한 내용을 비교해본 것이다.
그 결과, 오전에 일기를 적은 그룹이 다른 두 그룹에 비해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확률이 10% 정도 떨어졌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시간, 즉 일기를 기록하는 시간이 기억을 공고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다.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산발적으로 떠올리게 되면 기억은 불안정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 기억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으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어려워진다.
아침에 일기를 적으면 이후 하루 종일 일어나는 사건들이 기억을 통합하고 굳히는 과정을 방해한다. 반면 잠들기 전에 일기를 적으면 수면을 취하는 동안 기억들이 안정적으로 정리되면서 장기기억으로 남게 된다.
즉 오랫동안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사건이 벌어졌다면 잠들기 전 이를 일기로 기록해보는 것이 좋겠다. 행복한 기억을 오랫동안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