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식욕 쑥... 안주 킬러 따로 있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가볍게 먹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식사하듯 안주 중심으로 먹는 사람이 있다. 이는 술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술을 마신 뒤 일어나는 뇌 영역의 변화 차이일 수도 있다. 최근 ‘비만저널(Journal Obesit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술을 마실 때 식욕이 더욱 당기는 ‘식전주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의과대학 로버트 콘시딘 교수는 “농담을 한 마디 하자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손님들이 밥을 먹기 전에 반주부터 내놓는 전략을 짜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식전에 마시는 술이 식욕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콘시딘 교수팀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해 실험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하고, 식전주 효과가 나타나는 생물학적 원인을 파악했다. 그 결과, 술을 마실 때 시상하부라는 뇌 영역이 알코올의 영향을 받아 음식 냄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결과를 식사 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일부 의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술을 마셨을 때 증가한 식사량이 소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실험참가자의 3분의 2는 식사량이 늘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 역시 실험 결과를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뇌 기능, 식욕, 체중 조절은 서로 복잡한 관계망을 맺고 있다. 알코올처럼 단 한 가지 요인에 의해 식욕이나 체중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즉 알코올은 식욕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 중 한 가지일 가능성이 있지만 음주가 식욕을 촉진해 비만을 유도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실험에는 건강한 성인여성 35명이 참여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두 번에 걸쳐 연구실에 방문해 한 번은 알코올 주입받고, 또 한 번은 염수를 주입받았다. 그리고 음식을 비롯한 몇 가지 물건의 냄새를 맡았다. 실험참가자들이 냄새에 노출되는 동안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법을 이용해 이들의 뇌 혈류를 측정하고, 이후 점심을 제공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알코올을 주입 받은 뒤 음식 냄새를 맡았을 때 뇌가 보다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3명 중 2명은 염수를 주입받았을 때보다는 알코올을 주입 받았을 때 점심 식사량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다른 의과학자들이 지적하듯 뇌와 식욕 사이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를 금주를 실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고 보았다. 또 이번 실험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역시 한계점으로 지적된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체중관리를 위해 식욕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술을 마셨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식습관에 차이가 있는지 자기 점검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결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