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등 여름 과일, 콩팥병 환자에겐 ‘독’
흔히 여름을 타는 사람들은 쉽게 피로하고 무기력해진다. 우리 몸의 칼륨이 부족해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때문에 수박과 참외, 토마토 등 칼륨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는 땡볕더위로 인한 갈증을 해소하고 여름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먹을거리다.
하지만 이러한 여름 과일과 채소가 모두에게 이롭지는 않다. 몸 안의 칼륨 배설 능력이 크게 떨어진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독배와 같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만성콩팥병 환자가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 지켜야할 수칙에 대해 알아본다.
▲ 칼륨 많은 과일과 채소는 피해야 =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해로운 칼륨은 과일과 채소의 종류에 따라 그 함량이 다르다. 바나나, 참외, 토마토보다는 포도, 오렌지, 사과에 칼륨이 적다. 채소의 경우 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에는 칼륨이 많고,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에는 적다. 줄기보다는 잎에 칼륨이 적다.
▲ 통조림 과일 먹고, 채소는 데쳐서 = 과일이나 채소를 물에 담아 놓거나 데치면 칼륨이 물로 빠져 나간다. 과일은 통조림 과일이 생과일보다 칼륨 함량이 적다. 채소도 물에 삶거나 데친 후 먹는 것이 좋다. 채소는 가급적 잘게 썰어서 재료의 10배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갔다가 새 물에 몇 번 헹궈서 사용하면 칼륨의 30-50%를 줄일 수 있다.
▲ 주식은 흰밥으로 = 곡류 중 백미보다는 검정 쌀, 현미, 보리, 옥수수, 찹쌀 등에 칼륨이 많다. 도정이 덜 된 곡류에도 칼륨이 많다. 고구마, 감자, 토란, 밤, 땅콩, 녹두, 팥에도 칼륨이 많고, 검정콩보다 노란 콩, 두유보다 우유에 칼륨이 훨씬 많다.
▲ 저나트륨 소금은 피해야 = 만성콩팥병 환자는 부종이나 고혈압이 흔히 동반되므로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 등을 사용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에는 나트륨 대신 칼륨이 들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과일.채소주스, 녹즙도 피해라 =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과 채소주스, 녹즙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칼륨혈증을 초래할 수 있다.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면 근육의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의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정지로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특히 신장 기능이 정상의 4분의 1 이하로 감소된 심한 신부전 환자에서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음료 중 현미 녹차와 코코아는 커피보다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다.
▲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지 마라 =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등의 전해질 조절능력이 적다. 갈증 때문에 갑자기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저나트륨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저나트륨증이 생기면 의식장애를 겪을 수 있고, 체액양이 증가하면서 혈압도 올라 콩팥에 매우 해롭다.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라면 소변으로 수분이 거의 배설되지 않아 과도한 수분 섭취가 체중증가와 폐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을 할 경우 운동 전에 미리 물을 마셔 두고, 운동 중 10-15분마다 120-150 mL 정도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이온.탄산음료로 갈증 풀지 마라 = 탄산음료는 장내 흡수가 잘 되지 않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 팽만감과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과다하게 땀을 흘린 뒤에는 수분과 전해질을 한 번에 보충할 수 있는 이온음료가 좋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라면 이온음료에 포함된 많은 양의 칼륨이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