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은 중독현상... 비만 치료 새 길 열리나
음식을 주문할 때 항상 곱빼기나 라지 사이즈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양이 많은 음식을 다 먹고도 간식 거리에 또 손이 간다. 배가 불러도 먹을 것을 놓지 않는 이런 사람들은 특정 호르몬의 불균형에 의해 과식을 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교 진핑 팽 박사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뇌의 중추신경에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이하 GLP-1)’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음식을 투여해 그 반응을 지켜봤다. GLP-1는 장에서 분비되어 배가 포만감을 느낄 때 뇌의 신경중추에 ‘그만 먹어라’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실험결과 GLP-1 수치가 떨어진 쥐는 고칼로리의 지방질 음식에 집착하여 과식하는 현상을 보인 반면, GLP-1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오히려 식욕이 떨어지고 지방질 음식에 대한 관심도 낮았다.
우리가 왜 먹는지, 얼마나 먹어야 하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는 뇌의 중추시스템에 의해 조절된다. 이 영역에서 GLP-1 호르몬의 수치가 낮으면 배고픔에 의해 음식을 찾기 보다는 먹는 기쁨에 의해 지방질의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이 같은 반응이 마약 및 알코올 중독을 막는데도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진핑 팽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과식과 관련된 호르몬의 뇌 영역은 마약, 알코올, 니코틴 등의 중독현상을 조절하는 뇌 부위와도 같다”면서, “과식은 중독과도 같은 현상이므로 그 원인과 동기를 밝혀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에서 GLP-1 방출이 식욕조절에 어떤 영향을 나타내는지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번 연구를 발판 삼아 GLP-1과 같은 특정 호르몬이 중독에 관여하는 확실한 기능과 역할이 밝혀지면, 이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비만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실제로 GLP-1 호르몬 유사체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글루코스 내성을 강화시키는 치료제로 쓰였지만,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아 비만 치료제에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비만인에게 GLP-1 같은 특정 호르몬을 투여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방법으로 비만을 치료한다는 가능성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식은 생활습관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조절하여 치료한다는 것은 췌장, 신장 등 다른 내장기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팽 팽 박사는 “비만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인 과식은 신경중추장애로 인한 음식 중독으로 간주된다. GLP-1 호르몬을 신호화하면 음식 섭취 행위를 조절할 수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