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아그라, 목석녀를 옹녀 만드는 명약?

여성 비아그라, 목석녀를 옹녀 만드는 명약?

 

민권식의 ‘미디어 속의 성’ (1)

‘여성용 비아그라’ 미국 승인 임박... “성차별 근본적 해소”

부작용에도 승인권고 ‘여성용 비아그라’, 이유는 여성들의 ‘적극 증언’

‘핑크 비아그라,’ 식욕도 줄여준다

달포 동안 지구촌의 미디어는 ‘여성용 비아그라’ 또는 ‘핑크 비아그라’로 불리는 플리반세린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논란으로 뜨거웠다. 더러 냉정한 보도도 있었지만, 성의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장 보도가 적지 않았다.

먼저 ‘핑크 비아그라’라는 별명부터 따져보자. 2000년 초에 바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 사가 이 약이 여성 성기능장애를 치료할 가능성에 대해 임상시험을 실행했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없어 포기했다. 필자는 암컷 쥐를 대상으로 이 약이 듣는지 실험을 했는데 역시 효과가 없었다. 당시 유행했던 단어가 ‘핑크 비아그라’였다.

플리반세린은 성기능장애 치료제라는 뜻으로 비아그라와 동격으로 쓰이고 있지만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이 약은 음경 혈관을 확장시키는 비아그라와는 달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약제이고 필요할 때 복용하는 비아그라와 달리 매일 복용해야 하므로 완전히 다른 약이다. 또 이 약은 여성 전용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플리반세린은 원래 항우울제를 목표로 개발되었지만 항우울 효과는 없고 부작용으로 성욕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여 성욕저하증 치료제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뇌 내에 성 반응을 유도하는 도파민 분비를 조절하는 세로토닌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성욕을 증가시킨다. 일부 항우울제가 현재 발기부전 치료제로 이용되는 것과 같은 작용이다. 그런데 이 약은 이미 두 번 FDA로부터 부작용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당했다. 졸음, 혈압저하 등의 부작용에다가 드물지만 졸도로도 이어지는 등 일반적인 중추신경 억제제 약제들이 갖고 있는 부작용이 대부분 나타났다.

이 약제에서 부작용이 강하게 부각된 것은 왜일까? FDA는 약을 승인할 때 효과와 위험을 비교해서 평가하는데, 플리반세린의 부작용이 아주 심각하지는 않지만 이를 벌충할 만큼 효과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약과 비교했을 때 성행위 빈도가 한 달 1회 정도 증가한 효과를 대단하게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이 약은 성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도, 여성들의 적극 증언 때문에 승인권고가 났을 수도 없다.이 약은 폐경기 전 성욕저하증 환자처럼 특정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데, 단지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성 상대와 친밀감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런 약만 복용한다고 효과가 나타날 리가 없다. 여성은 ‘뇌로 성행위를 한다’고 할 정도로 심리적 부분이 중요하다. 또 정상인이 더 환상적인 성생활을 위해 이 약을 최음제처럼 복용하더라도 기대하는 효과는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핑크비아그라가 식욕도 줄여줘’라는 기사로 비만한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약의 식욕 감퇴 효과는 부작용일 뿐으로 모든 사람에게 항상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눈길을 끌지는 모르지만 미디어의 이런 호도는 오남용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 약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술, 피임약, 다른 중추신경계 억제제 등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데, 실제로는 오남용에 따라 술과 함께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 부작용이 더 증가할 우려가 있다.

결국 약에 대한 오남용이나 지나친 기대가 불러일으킬 문제가 벌써 과장되게 거론되고 있다. 약효가 대단하다고 옹호할 수도 없다. 실제 비아그라가 진료실에서 약 60% 정도 밖에 효과가 없듯이 이 약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성욕저하증 여성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FDA가 이 약의 시판을 승인했다고 앞서나갔는데, 현재로는 자문 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FDA에게 권고한 상태로 아직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이 약이 여성의 성에서 삶의 질이나 기상도를 바꿀 수 있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민 권 식

<인제대 의대 부산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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