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아플 수가... 통증 상위 투톱
통증의 정도를 객관화하긴 매우 어렵다. 의학계에서는 통증을 시각화해 묘사한 통증척도(10점 만점)를 사용하는데, 주사를 맞을 때 따끔한 정도가 3이라면 치통이 4.5, 출산의 고통이 7.5,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8로 수치화하고 있다. 최근 메르스에서 완치된 환자는 “독감 통증이 7이라면 메르스는 3, 4 정도”라고 했다.
통증척도의 상위를 차지하는 통증은 대부분 신경병증 통증이다.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손상 또는 신경전달체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통증 질환이다. 찌르는 듯한 느낌, 쑤시고 칼로 베는 느낌, 화끈거림, 감각저하, 무감각 등 다른 통증과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옷깃만 스쳐도 짜증나는 여름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신경병증 통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대상포진=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통증 척도의 윗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해마다 1천명당 10명꼴로 대상포진에 감염돼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률을 기록하고 있고, 50대 여성의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여름에 50대 이상 중년여성이라면 대상포진에 유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감염 후 치료가 늦어지면 신경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으로 인한 발진이 치유된 뒤 1-6개월간 통증이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수개월 안에 자연적으로 통증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년, 심지어 평생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지면 발병 부위에 감각저하와 통증이 동반된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항경련제, 항우울증, 신경차단요법, 국소마취제, 피부동결법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증상완화가 1차적인 치료 목표”라고 설명했다.
▲ 삼차신경통= 얼굴의 감각 뇌신경인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병이다. 대부분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해 얼굴부위의 감각적 전기신호를 왜곡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에 통증을 일으키다보니 치통과 헷갈리기 쉽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최혁재 교수는 “대부분 양치질이 힘들 정도로 아프고, 치통으로 오인해 치과에서 발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순간적으로 턱과 치아, 뺨에 에이는 것과 같은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삼차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일정 기간 통증이 지속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빈도와 강도는 점점 심해진다. 통증 자체도 고통스럽지만, 얼굴이 아파 사회생활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항경련제와 약물주사를 이용한 신경차단술, 고주파를 이용한 신경응고술, 현미경을 이용한 뇌혈관 분리감압술 등으로 치료하는데, 신경절제술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