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치매 올지 미리 아는 방법 찾았다
머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의 혈관벽이 두꺼울수록 치매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처음 발표돼 주목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피부가 늘어지는 것처럼 혈관도 탄력을 잃어 혈관벽이 두꺼워지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것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발생 위험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문재훈, 장학철, 임수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348명을 5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 경동맥의 내중막(내막과 중막) 두께가 두꺼울수록 5년 후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0.1mm 두꺼워질수록 5년 후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발생 위험성은 25% 가량 높아졌으며,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0.825mm 이상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발생 위험성이 2배 정도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혈중콜레스테롤과 혈압, 인슐린저항성, 혈관 탄력성 등 인지기능저하를 발생시키는 다른 위험 요인도 함께 분석했지만, 경동맥 내중막 두께만 유일하게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의 발생 위험성 증가에 유의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임수 교수는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과 인지기능저하와의 연관성은 익히 알려져 있고 경동맥 내중막 두께의 증가는 이러한 뇌혈관 질환의 예측인자이기도 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뇌혈관 질환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뇌혈관 자체의 이상만으로도 치매 발생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경동맥 내중막 두께는 초음파를 이용해 쉽게 측정할 수 있으며,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의 합병증 예측을 위해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환자는 운동과 항혈전제 복용, 콜레스테롤 조절 등을 통해 경동맥 내중막 두께를 조절하는 것이 좋으며, 무엇보다 전문가와 상의해 환자 개개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학철 교수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평소 경동맥 내중막 두께 측정과 같은 합병증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연구를 통해 경동맥 내중막 두께 측정이 치매 등 인지기능저하의 위험성 예측에도 의미가 있음이 밝혀져 해당 환자들에 있어 합병증 검사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뇌졸중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Strok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