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그럴수록 나가서 씩씩하게 걸어라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30)
여름철 걷기는 참으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름철의 풍부한 일조량이 현대인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 D 합성을 돕고 개방된 공간에서의 걷기는 실내생활자들의 가장 큰 문제인 체온조절시스템의 혼란으로 인한 냉방병을 원천적으로 예방한다. 더불어 여름철에 걷기를 꾸준히 하면 다이어트 효과는 배가된다. 그래서 나 역시 점심식사를 끝내면 시간을 내어 동네를 열심히 걷는다. 하루 종일 병원 의자에 매여 있는 몸은 결국에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고장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걷지 않는 쪽으로 바뀌어간다. 새롭게 등장하는 문명의 이기들은 보행을 줄이고 편리한 이동성을 제공한다. 잘 걷지 않는 많은 현대인은 걷는 일이 불편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여긴다. 시간낭비, 에너지낭비라고 치부한다. 일련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주부가 평균 2000보, 사무직 종사자는 3000보 이하를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을 해치는 대단히 적은 걸음수이다. 특별한 직업이 아닌 이상, 한국인에게 하루 만보를 걷는 일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당뇨환자나 비만환자들에게 만보계를 처방한다. 걷기야 말로 최고의 치료약이기 때문이다. 하루 만보만 걸으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 만보를 걸으면 하루 300-400kcal 정도의 열량이 소모된다. 따라서 한 달이면 별다른 조건의 변화 없이 체중 1kg를 뺄 수 있다. 걸으면 골다공증이 예방된다. 폐경 이후 여성의 전유물이던 골다공증이 최근 40대, 또 남성에게 잘 나타난다. 이유로 햇빛을 잘 보지 못해 비타민D 합성이 잘 안 되는 것과 식단의 불균형으로 칼슘 섭취가 부족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술이나 담배의 섭취량이 많고 뼈에 자극을 주는 활동이 적은 것도 원인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많이 걸을수록 뼈는 튼튼해진다. 뼈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뼈의 길이 방향으로 주어지는 임팩트가 중요하다. 걷기나 달리기, 점프 모두 뼈에 유익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연령별로 발뒤꿈치 들기부터 24인치 높이 박스에서 뛰어내리기 방법까지 실험해본 결과, 관절에 상하 압력을 가하는 운동 모두 운동기간은 물론 휴지기에도 골밀도를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또 걸으면 발바닥이 척수와 뇌를 자극해 뇌 건강이 좋아지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각종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바른 걷기는 일상적 걸음보다 약간 빠르게 리듬을 타며 걷는 것이다. 바르게 걷기 위해서는 바른 보행을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보행 시, 혹은 후에 특이한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전문가나 전문서적을 통해 잘못된 걸음걸이를 교정해야 한다. 마사이워킹으로 유명한 마사이족은 하루 40km를 걷고도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없다. 평소 꾸준히 걸을 뿐만 아니라 뼈 건강을 유지하는 점프 습관이나 바른 보행법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보를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걸음걸이로 걷는 것은 더 중요하다. 바른 걸음걸이로 7000-8000보를 걸을 수 있다면 만보를 채우지 않아도 큰 문제가 아니다.
몇 가지 바른 걸음걸이의 원칙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곧은 자세로 걸어야 한다.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것은 목뼈에 무리를 가해 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걸을 때는 정수리가 뒤로 당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목과 가슴, 배와 허리 모두를 똑바로 세운 채 걸어야 한다. 어깨의 높이가 같아야 하며, 허리의 중심이 상하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팔은 리듬을 타 자연스럽게 흔들고 엄지손가락을 앞쪽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좋다. 보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바닥이 공중에 떠있는 시간이 늘도록 신경 써야 한다. 무게중심이 양쪽 엉덩이를 번갈아 이동하도록 리듬을 타는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또 발뒤꿈치가 먼저 닿는 착지 방법이 중요하다.
위의 주의사항을 지키는 선에서 손과 팔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걸음이라는 행위 자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부정적인 신체활동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밝고 경쾌한 걸음은 정서적 긍정감을 이끌어낸다. 기분 좋게 걸으면 자연스레 분출되는 엔도르핀의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주변 사람을 의식하며 주눅 든 채 걸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씩씩하게 정면을 응시하며 걸어라. 보는 사람마저도 유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