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꿀팁] 머무는가, 흡수되는가... 화장품의 새 화두

[피부꿀팁] 머무는가, 흡수되는가... 화장품의 새 화두

 

조지훈의 시 ‘승무’에 등장하는 비구니의 모습은 슬프면서도 한없이 아름답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 아래 ‘파르라니 깎은 머리’와 ‘까만 눈동자’로 전해진 영롱함은 ‘복사꽃 고운 뺨’에서 정점을 찍는다. 비구니의 번뇌는 분홍빛 감도는 복사꽃 고운 뺨에 한껏 묻어난 젊음과 여기에 아롱질 것만 같은 두 방울 눈물 때문에 더 애처롭다.

승무를 추며 속세를 벗어난 비구니들은 불교가 천대받던 조선시대에 살길을 찾아 방물장수로도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말로 화장품 방판(방문판매)에 나선 셈이다. 이때 비구니 방물장수들이 건넨 화장품 중 하나가 백분이다. 조선시대 백분은 흡착력이 떨어졌는데 20세기 초 국내 최초의 현대식 화장품인 박가분이 등장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박가분은 납 성분을 써 피부에 착 달라붙었지만, 납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겨 퇴출됐다.

피부 흡착은 피부 흡수와 다르다. 피부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다양한 유효성분을 함유한 요즘 화장품이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피부 위에 머물면서 사용감을 높이고, 피부 장벽의 기능을 돕느냐’와 ‘피부 깊숙이 흡수돼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피부를 튼튼하고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구조 단백질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화장품이 피부에 머물러 역할을 하는 것과 화장품 성분을 피부 속까지 전달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전자는 쉽게 말해 표피에 때를 붙이는 것이다. 피부 각질층인 때는 과거 죽은 세포로 여겨졌지만, 과학적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단백질과 지질을 함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화장품은 바르면 표피와 비슷한 층상 구조로 바뀌게 된다. 피부 노화와 외부 자극으로 손상된 표피의 기저층에 있는 멜라닌 세포와 기저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도우면서 더 이상의 손상을 막고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항산화작용과 콜라겐 합성을 증가시키는 비타민 C와 같은 유효성분은 수용성이라 아무리 발라도 피부 깊숙이 전달할 도리가 없다. 기름에 물을 붓는 격이라 20여층의 죽은 세포로 뒤덮인 각질층을 통과해 과립층과 유극층, 기저층 등 켜켜이 쌓인 지질 세포막을 빠져나와 진피층까지 유효성분이 전달될 가능성, 즉 피부 투과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보통 노화와 피부 자극을 회복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피부도 장애가 생겨 정상 범주에서 병적인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병적 피부가 됐을 때 부산물을 제거하는 물질들이 유효성분들이다. 피부에 좋은 유효성분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피부 투과율을 높이는 기술이 최근 화장품 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슈의 중심에 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본철 나음피부과 원장은 “레이저와 같은 의료기기를 동반하지 않고 화장품의 성상 자체만 바꿔서 피부 투과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보통 피부 시술을 하고 화장품을 받아쓰면 시술이 메인이고, 화장품을 서브로 생각하는데 화장품을 기기와 동등한 위치, 또는 상호보완적 관계의 개념으로 진전시키는 열쇠가 투과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화장품의 피부투과율에 대한 연구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오는 2016년까지 진행하는 ‘화장품 위해평가 선진화 연구’에서 국내 화장품 사용량 조사와 함께 피부투과율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 보건당국은 이러한 화장품 노출 평가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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