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도 아토피도... 이제 곤충에게 맡겨라
곤충의 변신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차세대 식량자원은 물론, 바이오 신소개 개발 연구에서도 곤충은 이제 귀한 몸이 되고 있다. 갈색저거리와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의 애벌레가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된 데 이어 곤충에서 발굴한 물질이 의약품과 화장품 등에 활용돼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 신소재로 활용되는 곤충들을 소개한다.
▲애기뿔소똥구리 = 펩타이드는 작은 단백질 조각인데 이 중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을 죽이는 것이 항균 펩타이드다. 곤충이 세균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방어하기 위해 분비하는 생체 방어물질로 지난 2012년 애기뿔소똥구리에서 처음 개발했다.
‘코프리신’으로 이름 붙여진 이 항균 펩타이드는 인체에 해로운 구강균과 피부포도상구균, 여드름 원인균 등에 강한 항균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 이전 받은 5개 업체 중 한 곳이 코프리신 함유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연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프리신은 장내에서 급성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균에 대해서도 탁월한 항균 효과를 보여 현재 장염 치료제로도 한창 개발 중이다.
▲왕지네 = 지난 5월 왕지네에서도 아토피 치유에 효능이 있는 항균 펩타이드가 개발됐다. 왕지네의 학명을 따라 ‘스콜로펜트라신Ⅰ’으로 명명된 이 물질은 동물실험과 세포실험에서 아토피성 피부염 치유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냈다. 산업체로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인 농촌진흥청은 “임상시험을 통해 ‘스콜로펜드라신Ⅰ’의 인체 효능이 입증된다면 현재 시판 중인 증상 완화제보다 더 우수한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누에고치 = 의료용 소재로 쓰인다. 세계 최초로 농촌진흥청이 지난 2009년에 고막용 실크패치, 2014년엔 치과용 실크차폐막을 개발했다. 고막용 실크패치는 사람의 고막과 비슷한 두께와 시술에 적합한 강도를 가지고 있으며, 표면이 치밀하고 매끈해 고막 재생을 촉진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실제 고막천공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고막 재생 성공률이 기존의 인공고막보다 높았으며, 70% 이상의 환자에서 빠른 시일 내에 고막이 재생됐다. 특히 시술 후 염증 발생 등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고,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막용 실크패치 개발 기술은 2012년에 전문 의료기기업체로 기술이 이전됐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비인후과병원에서 고막용 실크패치를 이용한 시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과용 실크차폐막은 손상된 잇몸 조직의 회복을 위한 잇몸뼈 재생술이나 인공치아를 이식하는 임플란트 시술 시 잇몸뼈의 양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막이다. 시판 중인 고어텍스 소재 차폐막보다는 8배, 콜라겐 소재 차폐막보다는 2배 정도 우수한 잇몸뼈 형성능력을 가지고 있다. 임상시험을 거쳐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후 제품품목허가를 받으면 일반 치과병원에서 조만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실크차폐막은 제조공정이 단순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고가의 기존 차폐막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