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소 잃고 또 외양간도 못 고치나

메르스 사태... 소 잃고 또 외양간도 못 고치나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세월호 사건의 교훈은 강렬했다. 기본적인 원칙만 잘 지켰더라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안이한 대처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던 사실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주변의 안전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 없이 큰 사건이 연타로 이어졌다. 초동 대응이 미숙했던 당국의 처사로 메르스 사망자가 속출했고 무더운 여름 전국민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기침하는 사람을 좀비 보듯 서로를 멀리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됐다.

위험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인명피해를 키웠던 일이 여전히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의 초보적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 생선처럼 난도질을 당하지만 결국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게 다일 뿐 서로의 각성은 미루는 듯 하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격이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까지 기본을 게을리 했던 과오로 국가적 망신을 톡톡히 당했고, 그 후로 값 비싼 대가를 치렀다. 20년이 흘렀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제적인 신뢰도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겨룰 만큼 커졌지만 뇌물과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건마다 여론과 언론이 들끓지만 왜 달라지는 것은 없을까? 공통점은 단 한가지이다.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준비도 훈련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굳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미뤄두는 것이다.

비용지출에 우선순위는 비용의 효율이 아니라 우리모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더 집중되고 엄격해야 한다. 설마 했던 일은 우리 눈 앞에서 현실이 됐고, 결국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져 사고 수습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생명을 돌보는 병원은 스스로가 엄격해 지지 않으면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더 큰 곳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상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픈 사람 중심의 서비스가 디자인 돼야 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상시 있어야 한다.

이전에 단 한번의 사고도 없었다면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운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사고는 예고 없이 평온할 때 더 찾아오는 법이다. 병원 내 시설관련 안전사고, 감염사고, 크고 작은 화재사고, 가스 폭발이나 가스누출사고, 원내 환자나 보호자 난동사건 등과 같이 원인도 그에 따른 대응방법도 다양하다.

급작스런 사건 사고현장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평소 교육과훈련이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실제상황이 일어났을 때 우왕좌왕하게 될 것이고 아무리 좋은 매뉴얼이 있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모든 교육과 훈련은 몸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서 행동으로 옮겨 지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자극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업무에 바쁜 직원들에게 교육과 훈련은 형식에 그치기 쉽다. 형식은 서로가 묵인하는 사이에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평소 어떠한 점검을 해야 하는지, 예상치 않게 발생한 사고라도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직원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처리 절차를 A to Z까지 통달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 어느 한 직원의 판단에 맡기지 말아야 할 것이 사고일 것이다. 사고와 관련해서 행동강령은 절체 절명의 순간에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정부만을 비난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정작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 보지 못한 채 말이다. 얼마 전부터 차량의 뒷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권장하는 공익캠페인이 TV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캠페인까지 벌인다는 것은 초보적인 우리의 안전의식에 대한 현주소일 것이다.

병을 고치기 위해 들어온 병원에서 다치거나 병을 옮아 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알고 있지만 지키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다. 당연한 것을 거추장스러워 하거나 번거롭다는 생각을 갖는 것 조차 병원에서는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지난 1년간 우리 직원들의 교육과 훈련에 직무유기는 없었는지 거듭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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