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들 환자 급감 “도산 위기” 비명
경상북도 내에서 음압병상을 갖춘 병원은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이 유일하다. 전염병 대응을 위해 5개 음압병상을 포함한 38개 격리병상을 구축하고, 지난 5월 초부터 전염병 대응 교육훈련 지원센터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정부로부터 지역 거점 치료병원으로 지정된 이 병원은 메르스 환자 3명을 받아 모두 완치시켰다.
하지만 병원에 남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면서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메르스가 확산된 지난 한 달간 입은 손실만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병원은 추산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회복하기 힘든 상태”라며 “의료원과 법인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며, 임금삭감 등을 포함해 다각도로 (경영난 극복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메르스는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메르스 환자들을 치료하며 사투를 벌인 일선 병원들은 오히려 위기에 봉착했다. 구멍 난 국가 방역체계를 병원들이 메웠지만, 환자수가 급감해 경영악화로 도산이 우려되거나 직원들의 월급을 깎는 등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집중관리병원인 건국대학교병원은 의사들의 이 달 월급을 20% 삭감하고, 다음 달엔 간호사와 일반 직원의 월급 삭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원가도 메르스 여파로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긴 마찬가지다. 당장 직원 월급과 임대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의 관리망에서 빠져 나온 환자들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며 산발적으로 추가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고 폐업한 의료기관 80곳 중 49곳이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 대한 메르스 대책 지원 방안을 내놨다. 요양급여비 조기 지급과 메디칼론 특례 지원, 병의원 긴급경영안전자금 지원 등이 골자다. 하지만 병원계는 불만이다. 대한병원협회는 메르스 직접 피해 대상기관의 70%가 중소기업청 자금 지원 대상이 아닌 법인 의료기관인 점, 기존 감염병관리 지정병원만 지원받는 점, 이미 메디칼론을 이용 중인 병원들은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병협측은 대안으로 메르스 피해 병원 유형별 보상책과 메디칼론 특례 지원대상 확대 등 자금난 해소 방안, 1인 격리실 입원료 인정기준 확대 등 의료지원 확대, 법인 의료기관의 중소기업 범위 포함, 중소병원 신용카드 수수료율 완화 등을 정부와 여당에 건의하고 있다. 박상근 병협 회장은 “열악한 경영환경 속에서 메르스 사태를 맞은 병원들이 원만한 의료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병원 정상화에 정부와 여당이 적극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의협도 메르스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조속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빠르면 이번 주 안에 피해 의료기관의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체계 부재와 매뉴얼 미이행에 따른 인재”라며 “환자를 비롯한 많은 의료인들이 피해를 겪고 있어 의협차원에서 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손실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