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원숭이도 유유상종...끼리끼리 놀아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유유상종이라고 한다. 영어속담 중에도 “날개가 같은 새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은 대체로 자신과 유사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어울리길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 말고도 이처럼 자신과 비슷한 부류와 어울리길 선호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개코원숭이가 그렇다.
남아프리카에 분포하는 차크마 개코원숭이는 무리지어 생활하는 성질이 있는데 특히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동료와 가깝게 어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와 런던동물원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은 나이와 서열이 비슷하고, 성격 역시 유사한 동료와 주로 어울린다. 자신과 비슷한 상대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호모필리(homophily)’가 개코원숭이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협회(Royal Society Open Science)저널’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영장류 사회의 문화를 진단해봤을 때 이와 같은 점이 확인된다.
연구팀은 6년간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자연공원에 거주하는 두 무리의 개코원숭이들을 관찰했다. 또 그들이 주어진 정보를 얼마나 배짱 있게 잘 활용하는가를 기준으로 각 원숭이들의 성향을 규정했다.
또 이러한 성격을 연령, 지배계급, 성별과 연관 지어 분석해보았다. 성격이 동료들과 어울리는데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다른 원숭이와의 친밀도는 서로 근접해있는 시간, 털 손질을 해주는 행위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배짱 있고 대담한 성격을 보이는 원숭이들은 특정 상황이 주어졌을 때 앞장서서 시범을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또 관찰을 통해 좀 더 많은 것을 학습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가령 삶은 달걀이나 롤빵처럼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 주어졌을 때는 이를 면밀히 조사하고, 과감하게 먹어보이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수줍은 성향을 가진 원숭이들은 익숙한 음식에만 접근했다.
각 원숭이들의 성향을 확인한 후에는 이 원숭이들이 어떤 원숭이들과 주로 어울리는지 관찰했다. 관찰 결과, 원숭이들도 사람처럼 자신과 유사한 면을 가진 동료를 선호했다.
이런 성향의 문제점은 무리 사회에 정보가 제대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담한 성격을 가진 원숭이들은 자기처럼 대담한 성격을 가진 원숭이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그 외의 원숭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호모필리가 무리사회의 원활한 학습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영장류의 성격과 사회적 선호도가 그들 사회의 문화 형성을 용이하게 하거나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