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까지... 응급실 간호사 42% 전염병 경험

에이즈까지... 응급실 간호사 42% 전염병 경험

 

메르스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병원 내 응급실의 부실한 감염관리체계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10명 중 4명은 결핵과 독감 등 각종 전염병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관절건강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동아대 간호대 김연하 교수팀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백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1.5%가 전염병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 간호사 70명이 결핵에 감염돼 가장 많았다. 이어 인플루엔자 60명, 수두 43명, 바이러스성 간염 41명, 옴 12명 등의 순이었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옮았다는 간호사도 3명이나 됐다. 조사 대상 병원은 모 광역시 소재 권역응급의료센터 1곳과 지역응급의료센터 4곳, 지역응급의료기관 5곳이었고, 이 중 61.5%는 병상수가 8백개 이상인 대형병원이었다.

김 교수팀은 응급실 감염에 대한 병원측의 방어행동을 5점 척도로 계량화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감염노출 예방행위의 수행정도가 높은 것을 뜻한다. 그 결과, 응급실 소독.멸균 장비, 비치된 보호 장구와 간호사실간 거리, 병원 직원의 보호 장구 사용 등의 항목에서 평가 점수가 3점대에 그쳤다.

김 교수팀은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서 인공호흡기와 기관 내 삽관 등 에어로졸을 생성시킬 수 있는 처치를 할 때 가운과 보호안경 등 보호 장구 착용의 실천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긴박한 응급실 환경에서 보호 장구 착용이 간호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에서 주사바늘을 포함한 날카로운 의료 용구의 관리와 마스크, 안면보호대, 글러브 등 응급실 내 다양한 보호 장구의 구비는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염관리 교육과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 보유, 감염 노출 관리 지침서 보유 등도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05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종사자의 30.1%가 감염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2009년에 주사바늘로 인한 상해가 연간 1백병상당 10.5건, 병원 직원 1백명당 4.07건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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