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가 메르스 예방? 의대교수 글 논란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2편의 글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15일 “얼마 전 메르스에 관해 쓴 글이 여기저기 퍼진 모양”이라면서 “심지어는 내가 서울의대 교수라고 되어있는 글도 있어 서울의대에서 확인 전화가 왔을 정도”라고 썼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김익중 교수는 현재 동국대 의대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이어 “그 글에서 비타민 C에 관해 언급을 했더니 의사 친구들이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면서 “왜 굳이 교과서에 없는 치료법을 언급할 필요가 있는냐는 생각인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9일 같은 SNS를 통해 ‘열이 나는 사람과는 만나지 말고 외출을 줄이면서 손을 자주 씻을 것’ 등 메르스 관련 몇 가지 행동지침을 언급하면서 “비타민 C를 매일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2그람(g), 저녁에 2그람씩....하루에 적어도 4그람 이상은 드시기 바랍니다. 메르스가 완전히 물러갈 때까지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비타민 C는 감염초기, 거의 모든 감염증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열이 나는 감염 초기에 효과를 발휘하고 예방효과도 강합니다. 그러나 감염후기에 가면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현재로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라고 생각됩니다"라고 했다.
이후 김 교수는 15일 글에서는 “비타민 C에 관한 내 글에 대한 의사 친구들의 우려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비타민 C를 언급한 것은 나름대로 자신 있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선 나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이 물질에 대해서 리뷰를 했다. 리뷰한 결과 나는 비타민 C가 아직 의학적으로 논란이 있지만,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비타민 C의 감염병에서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코호트 역학조사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지속적인 논란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1995년경부터 약 15년 동안 전 식구들에게 하루 10그람(애들은 몸무게를 고려해 계산한 양)을 먹였다. 그 결과 유치원 때부터 대학입학 때까지 매일 비타민 C를 그람 단위로 먹은 나의 두 아이들은 이 15년 동안 단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15일 2번째 글에서도 “내가 약 15년 동안 식구들 뿐 아니라 주변의 자원자들에게 몇 년간 비타민 C를 먹여본 경험으로 얻은 결과”라면서 비타민 C의 감염증 효과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그람 단위로 먹는 과량의 비타민 C는 감기를 포함한 거의 모든 감염증에 예방효과가 있다. 그리고 초기 단계에서는 치료효과도 있다”면서 “감염의 후기단계, 감기로 치면 콧물나고 기침나는 단계에 이르면 치료효과는 거의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김익중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 메르스 예방에는 마스크와 손 씻기가 가장 큰 효과를 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비타민 C를 그람 단위로 복용하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나는 ‘믿고있다’. 그리고 최근 복용을 다시 시작했다. 메르스가 더 이상 겁나지 않을 때까지 먹을 생각이다. 복용량은 하루 4그램 이상”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같은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임상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면서 “비타민 C의 항산화, 항염증 효과는 인정됐지만 메르스 관련 효과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가족이나 주변의 사례로 비타민 C의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임상시험(Clinical Trial)은 신약이나 식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또는 연구를 말한다.
명 교수는 “사람(환자)을 진료하지 않는 기초의학자들이 임상시험의 개념을 소홀히 한 채 비타민 C 등의 효과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가족 등의 이야기만을 갖고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비타민 C의 효과를 밝히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으며 비타민제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에 대한 메타분석 논문을 유명 국제학술지에 다수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