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도 전염된다? 쥐 대상 실험해보니...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유유상종’이라 한다. 속된 말로 ‘끼리끼리 논다’는 말도 한다. 이는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을 때 칭하는 말로 대체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인다. 함께 어울리다보면 나쁜 점을 닮는다는 것인데 비만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전염'되는 성질이 있다. 연구팀이 실험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포착됐다.
연구팀은 우선 쥐에게 비만을 일으키기 위해 실험쥐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도록 조작했다. 그러자 실험쥐들에게 지방간이 생겼다. 사람으로 치면 서구식 식단에 해당하는 사료를 주자 몸이 점점 더 불어났다.
이처럼 비만이 된 쥐들을 건강한 쥐들이 있는 우리에 함께 넣자 이번에는 건강한 쥐들에게서도 지방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몸도 점점 더 뚱뚱해졌다.
정상 체중이었던 쥐들이 어떻게 비만 쥐들과 같이 있는다는 사실만으로 살이 찐 것일까. 그 원인은 쥐의 위속에 든 미생물에 있다. 면역력을 조작해 비만이 된 쥐들은 소화관 내 박테리아 체계가 무너지게 되는데 이 박테리아가 건강한 쥐들에게 전염된 것이다.
소화관 내 박테리아는 공생관계를 유지하는데 비만 쥐는 이러한 체계가 깨져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수만 1000배 이상 증가한다. 또 이 박테리아들이 건강한 쥐에게 전염되면서 마찬가지로 소화관 내 박테리아의 체계를 바꿨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차드 플라벨 교수는 “비만인 쥐들과 한 우리에 가두는 것만으로도 정상 쥐들을 뚱뚱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지만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쥐 사이의 비만 전염은 배설물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쥐는 상대방의 배설물을 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기존에는 비만을 유전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가족 구성원이 전부 지방간이 있다거나 복부비만이 있으면 유전자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단정한 것이다. 하지만 ‘네이처저널(Journal Nature)’에 실린 이 연구에 따르면 환경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유사한 장내 박테리아를 구성하게 됐을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비만인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식습관은 각 개인의 한 가지 특성에 불과하다. 또 과거에는 게으른 사람이 비만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다양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시끄러운 소음이 뱃살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잉 분비되거나 특정 호르몬의 수치가 달라져도 지방이 잘 쌓이는 체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타액이 섞이지 않도록 개별접시를 사용하고, 상대방의 안 좋은 식습관을 따라하지 않도록 주의만 기울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