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듯 달리는 당신... 운동이야, 노동이야?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28)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중요한 덕목은 균형과 절제이다. 특히 과유불급의 미덕이 강조되는 건강분야가 운동이다. 살을 빼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환자나 지인들에게 그래프[아래]에 나타나는 운동의 이익과 손실분기점을 보여주면 반론이 적지 않다. 휴일이면 TV앞에 앉아 스낵과 맥주를 마시며 프로야구를 보는 것으로 머릿속 운동하기만을 실천하는 사람들에 비해 마라톤 애호가들이나 고산 등반자들이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틀림없다.
필자 주위에도 마라톤을 하며 건강관리에 열성인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대부분은 건전하게 생각하며 건강하게 행동한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가 관절염을 가지고 있다. 무리하게 마라톤을 하다가 탈수와 열사로 인해 뇌심장 질환으로 위험한 경우는 차치하고서라도 마라톤 자체가 몸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기 몸을 해칠 정도로 마라톤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인생에서의 뭔가를 이루어낸다는 성취감뿐만 아니라 러너스 하이(마라톤을 장거리 할 때 도파민의 극렬한 분출로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현상, Runner's high)가 주는 강렬한 쾌감 때문이기도 하다.
과학적 운동이론에 의하면 무작정 운동을 오래 한다고 운동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다. 장시간의 고된 운동은 오히려 체내 활성산소만 높일 수 있다. 또 피로물질을 급격히 늘려 회복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하고, 운동 리듬을 잃게 한다. 결국 운동중독이 건강을 해치는 독소로 전환되는 것이다.
운동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면 운동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지나친 목적성을 가지고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목적에 치우친 격렬한 운동은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다. 필자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필요이상의 운동을 처방하지 않는다. 살을 빼기 위해 비일상적이고 의무적인 운동을 감행하여 다이어트목표를 완수하고 난후 지나치게 높아진 운동기준을 맞추지 못하여 요요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간을 정해놓고 몇 달간 하루 2,3시간씩 운동을 하던 젊은 여성들의 일부는 성공적으로 체중을 감량했으나 운동시간과 강도를 줄이자 곧바로 살이 찌기 시작하였다.
중용과 절제, 균형과 무위가 운동원칙이 되어야 한다. 즐기면서 하되 지나치지 않는 것. 즉 운동은 모자라서도 안 되지만 과해서도 안 된다. 하루 2시간을 넘지 않게 운동을 하되, 대체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이 7:3 비율 정도가 되는 것이 좋다. 운동 후에는 항산화 물질을 좀 더 섭취해 활성산소를 줄이도록 한다.
운동의 이익분기점 원칙을 세심하게 적용해 키워 나가야 할 분야가 근육운동이다. 단단한 근육과 멋진 몸매는 최고의 자산이자 자랑일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육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피트니스 회원권을 끊어 근육운동을 즐기는 사람조차 제대로 된 근육단련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피트니스 센터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를 왕왕 목격하기도 한다.
근육은 쉽게 피로를 느낀다. 근육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이나 일을 마치면 피로나 통증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 체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근육 피로는 근육 내의 에너지원을 비롯한 주요 대사물질이 고갈되거나 에너지대사 산물이 체내에 쌓이며 발생한다. 물론 여기에 심리적 피로나 중추신경계의 피로도 동반된다. 또 근육운동은 운동중이나 직후의 가벼운 통증은 물론, 24시간 후의 심한 근육통을 일으키게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근육운동이나 근육활동을 기피하는 심리를 만드는 연유이다.
따라서 근육운동을 할 때 각종 피로나 통증, 각종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일이 필요하다. 근육운동이 만드는 피로감은 사람들이 근력운동보다 유산소 운동을 선호하게 만든다. 그러나 몸의 온전함을 얻기 위해서는 근육운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근육운동이 유산소 운동에 비해 더 효율적이고 큰 장점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는 유산소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빠진 체중을 유지하는 일은 주로 근육이 한다. 우리의 지방층이 칼로리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데 비해 근육은 하루 1kg당 50kcal를 소모한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이다. 게다가 근육량의 부족은 근육활동을 기피하는 직접적 원인이다. 조금의 활동으로도 피로와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운동이나 활동도 근육을 이용해야만 가능하다. 근육이 부족한 사람은 대개 근육을 쓰는 일을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갖가지 회피책을 쓴다. 이러다보면 부정적인 내 몸의 관성인 활동량 감소의 법칙이 더 강해진다.
나이가 듦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근육을 방치하면 다시는 살을 뺄 수 없거나 자칫 활력을 얻지 못하는 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뱃살이나 지방층이 잘 빠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근육량이 줄어들어 운동을 해도 피로만 쌓이고, 에너지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근육운동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유지되고 증강된다.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남성호르몬은 누구에게든 매우 중요하다. 야생적인 몸을 구성하는 핵심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은 물론 긍정적 정서, 탈모, 근육의 성장과 골밀도에 관계해 몸의 활력을 좌우한다. 최근 각종 호르몬 요법으로 남성호르몬 감소를 보상하는 시술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바른 섭생과 적절한 근육운동만한 것은 못된다.
또 근육운동을 적절히 하면 수퍼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아드레날린이나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도 활발하게 한다. 근육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조금씩 늘리는 노력은 평생 경주돼야 한다. 단 지나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