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산교육? ‘아는 척’ 하게 하라

아이들에게 산교육? ‘아는 척’ 하게 하라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9)

우리나라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오후 8시정도 되면 도심이 어두워지는데, 우리나라같이 새벽이 되도록 도심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불빛으로 다이내믹하게 놀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외국인들도 한국에서의 생활을 괴로워하는 때가 있습니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연휴입니다. 그 때는 서울 도심이 썰렁해지죠. 술집들이 다 문을 닫아 놀 곳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외국인 친구들은 그 때 배낭을 싸 들고 설악산 등 우리나라 구석 구석 여행을 다니기도 합니다.

필자가 미국 유학 시절에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부활절기간엔 도시 전체가 썰렁해집니다. 학교도 문을 닫고, 미국인 친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대학촌이 썰렁해 집니다.

유학시절 부활절 휴가가 다가오자 한 친구가 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다들 고향으로 가는데 너 같은 외국인이 여기 있으면 심심할 테니 자기네 집에 놀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고마운 제안이었고, 미국 문화 체험도 할 겸 따라 나섰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코네티컷이라는 주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마중 나온 리무진을 타고 한참을 달렸습니다. 숲으로 둘러 쌓인 곳을 한 30분 정도 가니 영화에 나올만한 대 저택이 보였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그 친구의 집이었습니다.

"와우~이게 너네 집이니? 좋겠다."

"글쎄, 내 집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 집이야."

그 친구의 대답은 쿨하고 멋졌습니다. 그날 저녁 그 집에서 부활절 만찬 파티가 열렸습니다. 칠면조 고기 구워놓았는데, 텁텁하고 건조해서 별로 맛은 없었습니다. 뷔페식으로 각자 음식을 담아 들고, 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했습니다. 분위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유태인 집안인데, 미국의 전통적인 부자인 듯 했습니다. 모인 가족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구글 부사장, 코카콜라 마케팅 부사장, 월스트리트 금융인 등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외국인 친구들을 한 명씩 데리고 왔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미국식 부활절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그 집의 전통인 듯 했습니다.

그날 저녁은 여러 가지 대화가 오갔습니다. 유학간 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서 대화 내용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다 큰 남자 어른들이 뭐 그리 할말이 많은지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 집 아이인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된 아이가 학교에서 배웠다며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의 금융정책에 대해서 언급을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어른들이 눈이 반짝 반짝해지면서 그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장 2시간 동안 ‘징그럽게도 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초등학생이 국사시간에 배운 내용을 얘기했더니, 모든 어른들이 식탁에서 그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 셈입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자니, 그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꽤 재미있게 여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그냥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삼촌, 이모부 등과 같이 신나게 의견을 주고받으니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필자는 이 광경을 보면서 유대인들의 교육 과정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학교에서 지식을 외우고 시험 보는 것이 아니라, 식사 시간에 어른들과 재미있게 토론하면서 지식을 뼈 속 깊이 체득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이 어른들의 토론 속에 당당하게 참여하도록 만드는 문화도 부러움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아는 척’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깨달은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그 누군가가 네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준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군가에 ‘멘토 짓’을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다수의 부모님이 나이가 마흔 넘은 자식에게마저도 끊임없이 잔소리 하면서 가르치고 싶어 하는 것도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어보니 부모님에게 가장 큰 효도는 그런 얘기를 기쁘게 들어드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1.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한 권 읽을 때마다 돈을 준다.

2. 아이들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설명하면서 잘난 척 하게 만들어준다.

필자는 두 번째가 훨씬 강력한 인센티브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몇 푼의 돈을 받기 시작하면 책을 읽는 목적이 돈을 위한, 값싼 것이 되기 쉽습니다. 반면 아는 척 하다 보면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되고 지식을 늘려가는 위대한 기쁨을 알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같이 토론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 애들은 그것 조차도 부담스러워하네요. 이렇게 좋은 아빠를 두고도 스트레스 받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쫌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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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이들에게 ‘진정한 쾌감’을 맛보게 하라

(7) “아들아, 너는 이렇게 사랑을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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