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메르스 세계 2위국... 말聯에서 배워라
국내 메르스 환자가 8일 현재 87명까지 늘어나면서 한국이 아랍에미리트를 제치고 환자 발생 수 세계 2위국으로 올라서자 국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병원 명단을 공개하며 지역사회 전파를 처단하기 위한 총력대응을 약속했지만, ‘애초에 뭐 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국내 방역당국의 초기 대응은 아시아 첫 메르스 발생국인 말레이시아와 극명하게 엇갈린다. 8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는 메르스 환자 입국 뒤 보름 만에 상황이 종료됐고, 추가 환자도 없었다. 말레이시아의 메르스 최초 환자도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말레이시아 방역당국은 신속하게 긴밀 접촉자 199명을 찾아냈다. 이들은 유전자 검사에서 모두 메르스 바이러스 음성으로 판정됐다.
말레이시아 메르스 최초 환자는 54세 남성으로, 일행 17명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성지 순례한 뒤 지난해 3월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왔다.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선 매년 이슬람 명절인 하지(Hajj) 때 2만여명의 순례자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다.
이 남성은 귀국한 지 6일만 인 4월 4일에 불편한 느낌이 들어 7일 클리닉을 방문해 치료를 받던 중 기침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자 공립병원 응급실에 10일 입원했고, 13일 숨을 거뒀다. 그는 사망 후 아시아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병원에서 항바이러스 약인 타미플루를 먹었지만, 증상이 악화돼 결국 폐렴 등으로 숨졌다. ‘유러서베일런스’지 지난해 5월 18일자와 ‘미생물, 면역학과 감염’지 올해 최근호에 실린 해당 환자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말레이시아 환자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메르스 고위험군에 속했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체온은 36.7도로 열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말레이시아 방역당국은 즉각 역학조사를 진행했고, 이 남성은 순례 기간 중 낙타 농장을 방문해 낙타유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눈여겨 볼 부분은 말레이시아 방역당국이 메르스 최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도 전인 병원 입원 당일부터 환자를 격리병실에 수용했다는 것이다. 또 이 환자와 순례여행에 동행했거나 귀국 항공기를 동승한 사람을 포함해 긴밀히 접촉한 가족과 친구, 의료진 등 199명을 신속히 찾아내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항공기 동승객 24명 중 3명과 연락이 닿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신문에 광고도 냈다. 이러한 사실은 말레이시아의 메르스 최초 환자에 대한 연구결과가 실린 ‘유러서베일런스’지에서 확인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메르스 예방과 치료를 위해 지난 2013년 하지 기간에 250명의 의료진을 함께 보냈고, 중동 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여행객과 항공기 승무원에게 ‘건강 경고 카드’를 제공해 메르스의 위험을 적극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