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스-에볼라 보다 독종...전염력은 약해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10여년 전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메르스와 사스의 증상과 사망률 등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메르스 환자가 인공호흡기 신세를 지게 될 확률은 80%에 이른다. 사스 환자(15-20%)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메르스와 사스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이다. 메르스는 지난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다. 두 질병은 여러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둘 다 감염되면 초기엔 발열, 기침, 오한 등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 호흡부전증후군으로 숨질 수 있다.
설사와 구토 등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설사와 구토 증상 발생률은 메르스 환자의 경우 각각 26%, 21%이며, 사스 환자도 각각 20-25%, 20-35%에 이른다.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도 닮았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2-14일, 사스는 2-10일이다. 메르스와 사스 모두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맨투맨’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도 비슷하다.
감염성은 사스가 메르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시간에 전 세계로 퍼진 사스와 달리 메르스는 중동과 유럽지역 일부에만 환자가 몰려있다. 메르스는 기침 등을 통해 나온 분비물로 전파되므로 가까운 거리에서 꽤 오랜 시간 접촉해야 옮겨진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신자가 모여드는 이슬람 최대 성지순례 행사인 ‘하지’ 기간에도 지난 3년간 메르스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증상과 사망률 수치에서는 메르스가 더 독하다. 이 교수가 두 질병을 비교한 결과, 메르스 환자의 72%, 사스 환자의 40-42%가 호흡곤란을 경험했다. 몸이 떨리는 오한도 메르스 환자 87%, 사스 환자 15-73%였다. 피가 섞인 가래와 기침이 함께 나오는 객혈 증상도 사스(0-1%)보다 메르스 환자(17%)에서 더 잦았다. 반면 간세포의 손상 정도를 알려주는 ALT와 AST 수치에서는 사스 환자의 20-30%가 상승했지만, 메르스 환자에서는 10%선에 그쳤다.
알려진 대로 메르스의 현재 사망률은 41%로 사스(9.6%)보다 4배 이상 높고, 아프리카에서 맹위를 떨친 에볼라(36%)보다도 높다. 증상이 나타난 후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도 메르스(11.5일)가 사스(23.7일)보다 빨랐다. 그러나 최종 사망률은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교수는 “메르스의 매개동물로 알려진 낙타와 직접 접촉한 사람 등 1차 감염자와 달리 2차 감염자의 사망률은 현저히 낮아 최종 사망률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에이즈와 사스 등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온 바이러스 질환들은 대부분 발생 초기엔 사망률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사스의 매개 동물로는 사향 고양이가 거론됐지만, 메르스는 낙타와 박쥐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박쥐, 낙타, 사람의 순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아직 박쥐와 접촉한 뒤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없으며, 메르스 환자의 30%는 낙타와 접촉한 적 있다.
중동에서 낙타는 운반 수단이면서 고기와 젖을 제공하는 친근한 가축이다. 낙타가 새끼를 낳는 3월 이후인 4-5월에 중동에서 메르스가 유행했다는 사실도 낙타 관련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라비아 반도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낙타를 만지지 말고, 생 낙타유와 낙타뇨, 덜 익힌 고기의 섭취를 삼가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과 신부전, 암, 만성폐질환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낙타와 절대 가까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