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여부 아리송... 기가 찬 백수오 피해자들

독성 여부 아리송... 기가 찬 백수오 피해자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6일 발표한 백수오 제품 전수 조사 결과가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당초 알려진 건강기능식품 뿐만 아니라 주류·농산물, 의약품 분야까지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순당의 ‘백세주’ 원료, 농협홍삼의 '한삼인분' 등 유명 제품을 비롯해 신화제약 '뉴렉스환', 오스틴제약 '오학단', 한국신약 '만경단', 한풍제약 '비맥스에스정' 등 의약품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해당 제품들에 대해서는 판매 중단 및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식약처가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와 백수오를 원료로 제조된 건강기능식품, 주류, 의약품 등 128개사 207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제품은 1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주목했던 백수오 제품 가운데 단 5%만이 진짜로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홈쇼핑 등을 통해 백수오의 효능을 철석같이 믿고 비싼 돈을 들여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됐던 이엽우피소의 인체 위해성과 관련해서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백수오 제품을 먹어도 인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안전성 여부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만큼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독성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독성시험은 2년여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독성시험은 먼저 동물(실험쥐 랫드)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조금이라도 독성이 나타나면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독성이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직접적으로 인체에 위해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험 결과 독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 섭취량에 따라 인체에 영향을 ‘주는지’, ‘주지 않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인체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가짜 백수오를 복용했던 수많은 소비자들의 건강은 2년여 동안이나 뒷전으로 미뤄지는 셈이다. 이엽우피소가 섞인 가짜 백수오의 효능을 과신해 과다 섭취한 사람들은 더욱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지금까지 이엽우피소를 식품의 원료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 먹어 본 경험이 없고, 이엽우피소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품의 안전성은 동물을 사용한 독성시험보다는 사람의 섭취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엽우피소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복용해 ‘식경험’이 두텁게 쌓인 형국이 됐다. 그럼에도 인체의 위해성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대한독성학회는 지난 14일 “이엽우피소가 독성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어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론을 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공식의견을 냈다. 향후 공인기관의 독성시험을 통해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관련 연구가 부족하니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이엽우피소를 먹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엽우피소를 과다 섭취한 사람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박사는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인정 시스템에 따르면 생리 활성 기능 2등급(‘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자료가 하나만 있으면 될 수 있다”고 했다. 2,3등급의 경우는 기능성이 있다 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백수오 추출물이 기능성 2등급에 해당한다.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표기 하나로 엄청난 판을 키운 것이다.

식약처는 이번 백수오 사건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한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능성 원료 신청부터 인정까지 심사기준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재평가 제도를 도입해 기능성 원료 인정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식약처 스스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인정한 모양새다.

김승희 식약처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안전한 사회’와 ‘국민행복’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식품, 의약품 등의 안전관리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자세로 식품과 의약품 등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백수오 파동은 식약처의 존재 이유를 극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등 시장 상황을 돌아보기보다는 ‘내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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