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부터 나를 지키는 ‘10분의 감정조절’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27)
최근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거나 욱하는 성격 때문에 낭패를 본 사람들이 가끔 병원을 찾는다. 진료를 하다 보면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의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음 질문을 꺼낸다는 것이다. 마치 느리게 열리는 자동문을 못 기다려 나가다가 문 모서리에 가슴을 내다찧는 행태와 같다. 전형적인 다혈질성격인 Type A 성격 등을 표출한다. 신체적으로는 가슴에 뭔가 치밀어 오르는 화끈한 느낌이나 가슴 쪽이 답답하고 잠이 안 오는 증상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회사 사람들이나 집안 식구들에게 이유 없이 화가 치밀고, 한번 화가 치밀면 머리가 아프고 숨이 차기까지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자칫 심장병으로 오인되기 쉬운데 자세히 진찰해보면 분노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호소하는 신체증상들의 원인은 아드레날린 과잉 만성분비 때문이다. 대개 분노 증상 뒤 심각한 무기력증상을 호소하는데 이는 마치 단 음식을 마음껏 먹던 사람이 고인슐린혈증 상태에 있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인슐린이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저항성에 빠지는 당뇨 프로세스와 유사하다. 분노라는 감정의 생리적인 기전은 아드레날린이다. 아드레날린은 눈앞의 위기를 이겨내도록 돕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뇌나 근육의 혈관을 확장시켜서 스트레스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이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걱정에 휩싸여 사는 사람들의 체내에는 당연히 수시로, 또 반복적으로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 이런 상황을 아드레날린 과잉증후군이라고 한다. 평온한 기분을 유지하다 한두 번 바짝 긴장하는 일은 힘들지도 않고 그리 나쁘지 않지만 만사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지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지속적인 긴장상태, 아드레날린이 쉼 없이 흘러나오는 상황은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 그래서 아드레날린 과잉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만성피로, 무기력함, 두근거림, 짜증 등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현대인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몸속 아드레날린을 소진하고 방류하는 삶을 살고 있다. 문제는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순간이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혈관의 흐름이 갑자기 빨라질 때 많이 생긴다. 즉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심장으로 모이던 혈류가 급강하면 활성산소도 급격히 느는 것이다. 아드레날린 자체의 독성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아드레날린에 노출될 때 활성산소에 의해 야기되는 몸의 노화, 손상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화내면 빨리 늙는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건강한 삶의 핵심 제안으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라’, ‘화 내지 마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곧 만성적인 과다 아드레날린 분비의 ‘내 몸 파괴형’ 의학적 메커니즘 때문에 나온 이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필요 없는 스트레스나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관계나 일을 중요시하는 우리들은 스트레스가 주는 소모적인 감정으로 적어도 하루 한 두 시간은 불행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면 우리의 노화시계 역시 멈추거나 뒷걸음질 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병원을 찾는 분노조절실패환자들에게 감정조절 10분 훈련법을 제안하곤 한다. 말 그대로 10분 감정조절은 감정이 생겨날 때 그 시간을 10분 늦추거나 조절하는 것이다.
우선 나와 스트레스 대상 사이에 항상 10분이라는 시간을 두라. 이는 특별한 마음 수련법이나 기분전환법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스트레스 대상을 만났을 때, 그 대상이 나에게 미칠 영향과 피해를 생각해보고 거기로 부터 자극받지 않는 구체적인 방법 또는 스트레스 대상을 냉정하게 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떠올리며 스트레스 대상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나도록 감정을 이탈시키는 것이다.
이는 명상의 형식일 수도 있고, 적극적인 시나리오기법의 방식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스트레스 대상에 대해 벌이는 이 10분의 감정 조절이 심한 감정 동요나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줄여준다는 사실이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스리는 10분 감정조절 훈련법
△분노의 순간 눈을 감아라.
△참을 인을 10회 천천히 되새기자. 참을 인이라고 입으로 나지막이 내뱉어도 상관없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동작을 심장박동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하라.
△눈을 뜨고 숨이 골라졌으면 아무 생각 없이 거닐기 시작하라.
△이제 자리를 잡고 서거나 앉아서 상처받지 않고 분노의 순간을 잘 지나간 자신에게 칭찬하라.
△10분이 지난 후에 분노를 야기했던 순간이나 대상에 대해 조용히 응시하라. 만약 해결해야할 대상이면 분노를 반감시킨 그 상태에서 해결의 수순을 밟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