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과 3시간 중 더 긴 시간은? 애들은 “몰라”
어른들은 시간, 분, 초 등 시간 관련 용어들의 사전적 정의를 잘 알고 있다. 분은 한 시간의 60분의 1, 초는 1분의 60분의 1이라는 개념부터 일, 월, 년 등의 개념 역시 별 무리 없이 구분한다. 시간에 대한 감 역시 탁월하다. 1시간이면 어떤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아이들에게는 시간이란 개념이 상당히 복잡하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시간 관련 단어들을 사용하는 아이들조차 실질적으로 그 개념을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만 2~3세에 이르면 조금씩 시간과 관련된 단어들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 개념이 잡히는 시기는 8~9세에 이르렀을 때다. 그렇다면 8세 미만 아동은 시간이라는 단어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연구팀은 3~6세 사이 아동을 대상으로 몇 가지 문장을 들려주고 시간 개념의 이해 수준을 평가했다. 가령 “브라운이라는 농부가 1분간 점프를 했다”와 “블루라는 선장이 1시간동안 점프를 했다”는 두 문장을 들려주고 누가 더 오래 뛰었는지 물은 것이다. 분과 시간뿐 아니라 초, 일, 주, 월, 년 등 다양한 시간 단위를 활용했다.
그 결과, 4살 이상의 아이들은 정답률이 제법 높았다. 만 4세가 넘어가면 년, 월, 일 등의 시간 단위 순서를 대략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 단위 순서만 알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인지는 감을 잡지 못했다. 연구팀은 방식을 바꿔 아이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브라운이라는 농부가 3분간 점프를 했다”와 “블루라는 선장이 2시간동안 점프를 했다”는 문장을 들려준 뒤 누가 더 오랫동안 뛰었는지 물었다.
앞선 질문에서는 1분과 1시간을 비교했지만 추가 실험에서는 3분과 2시간처럼 시간단위 앞의 숫자를 서로 다르게 제시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시간이 분보다 긴 시간 단위라는 점을 아는 5살 아이들도 이 질문에서는 쉽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즉 아이들은 시간 관련 용어를 일상에서 사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간 관련 단어들을 한 줄로 나열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줄 하나를 아이들에게 보여준 뒤 줄의 가장 왼쪽은 눈을 깜빡이는 순간처럼 아주 짧은 시간이고, 가장 오른쪽은 잠자는 시간만큼 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1초, 1분, 1시간 등이 줄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 올려놓도록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제대로 된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단 6세 이상 아동 중 시간 단위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아이들은 좀 더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이들은 시간 단위의 사전적 정의를 배운 뒤 수년간 실질적으로 해당 단어를 현실에 적용해본 뒤에야 시간의 개념을 지각하게 된다. 어른처럼 시간에 대한 감이 생기려면 사전적 정의와 실질적 경험이 탄탄히 결속을 이루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저널’에 발표됐다.